“10년 내 연안해운 50% 운항 못해”

2025-07-02 13:00:06 게재

비과세소득 차별 속 내항선원 급감 … 해운조합, 정부 국정과제로 해결요청

“내항선원들이 받고 있는 차별을 해소하지 못하면 철도보다 국내 화물운송 수송 분담률이 4배 이상 많고, 매년 1000만명 이상의 여객이 이용하는 연안해운 선박이 10년 이내 절반 이상은 운항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안해운인들이 호소하고 있다.

탁희곤 세양쉬핑 대표는 1일 “연안해운을 담당하는 내항선은 선원을 구하기 어려워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선원에 대한 직업 매력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최근 외항선원에 비해 소득세 비과세 혜택에서 차별이 커지면서 구인난이 더 심화됐다는 것이다.

한국해운조합(이사장 이채익.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은 지난달 30일 문대림(앞줄 왼쪽 네번째) 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연안해운 업계 주요 현안을 담은 정책 건의서를 전달했다. 사진 한국해운조합 제공

현재 외항선원과 원양어선 선원의 근로소득 비과세 범위는 월 500만원까지인데 반해 내항선원은 승선수당 20만원에 불과하다. 비과세 범위 차이에서 내항선원들이 느끼는 ‘차별’은 연안해운 존립 기반을 흔들 정도로 심각하다고 연안해운 업계는 호소하고 있다.

탁 대표는 “선원 평균 연령이 68세가 넘는데 이대로는 아무리 길어도 10년, 15년 되면 신체능력이 떨어져 고령 선원들이 은퇴할 수밖에 없다”며 “젊은 선원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배를 운항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연안해운 업계는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성과가 없었다.

정승욱 알파해운 대표는 “2022년 바다의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과세 범위를 외항선원과 형평성에 맞게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오히려 확대됐다”고 말했다. 당시엔 외항선원 비과세 범위는 300만원까지였고, 내항선원과 차이는 15배 수준이었다.

정 대표의 건의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불러 조사해보라고 바로 지시해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듬해 외항선원 비과세 대상은 500만원으로 늘어나고 내항선원은 20만원 그대로 변함이 없었다. 차이는 25배로 늘었다.

연안해운 업계는 내항선 선원들이 떠나면 선박 운항 위험이 더 커지고, 사고 위험 등으로 부담이 커지면 사업자도 그만두게 돼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연안 여객·화물운송사업자 2214개사로 조직돼 있는 한국해운조합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비과세 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연안해운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마련됐다.

해운조합은 지난 1월 비전선포식에서 △연안해운 국적선원 실질소득 확대 △연안해운 승무여건 개선 △소규모 영세선사 선원고용 지원방안 발굴 △국적선원양성특별법 제정 노력 등 해결해야 할 100대 과제를 선정했다.

2월에는 국회 도서관에서 문대림(더불어민주당, 제주 제주시갑) 의원, 박덕흠(국민의힘,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과 함께 ‘내항선원 부족 타개를 위한 연안해운 생존전략 대토론회’를 열고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했다. 문 의원은 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5월에는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박성용)과 함께 대통령 선거 기간을 활용해 국회소통관에서 노·사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내항상선 선원 부족 문제와 소득에 대한 비과세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와 여당도 연안해운계 목소리를 전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지난달 30일 문대림 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장을 초청, 연안해운 현안 간담회를 열고 업계 주요 현안을 담은 정책 건의서를 전달했다. 건의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공약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건의서에는 △내항상선 선원 비과세소득 확대를 위한 ‘소득세법’개정 △해양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국적선원양성특별법’ 제정 △해상교통과 연계한 섬 관광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섬 관광 진흥법’(가칭)제정 △선화주 상생기반 마련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개정 △내항상선 근로환경 개선(선내 리모델링) 사업 신설 △국민 교통복지 향상을 위한 연안여객선 운임지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문대림 의원은 “우리가 해운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연안해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위의 문제”라며 “내항선원 비과세 문제도 외항선원과 형평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국정과제에 녹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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