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신용등급, 경기 둔화·연체율 상승 심화로 하향 조정 우려

2025-07-02 13:00:02 게재

은행·생보·손보·증권·카드업종 안정적

할부리스·부동산신탁·저축은행 부정적

관세·재정정책·내수경기회복 여부 중요

올해 상반기 금융업권의 신용등급은 상향보다 하향 조정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 강도는 작년보다 완화됐다. 하반기 신용등급 방향성은 안정과 부정적 전망이 함께 나오는 가운데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 신용카드 5개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안정적, 할부리스(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3개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이다. 미국의 관세정책, 한국의 재정정책, 내수경기의 회복 여부는 신용등급 방향성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저축은행·부동산신탁에 하향 집중 = 2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융업권 2025년 상반기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이 더 우세했다. 나이스신평은 ‘금융업권 2025년 상반기 신용등급 변동과 하반기 방향성’ 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 장기 등급은 상향 4건, 하향 6건, 등급 전망은 상향 4건, 하향 3건, 단기 등급은 상향 1건, 하향 2건이었다고 발표했다. 작년 상반기 장기 등급 상향 1건, 하향 4건, 등급 전망 상향 2건, 하향 12건, 단기 등급 상향 0건, 하향 3건과 비교하면 하향 우위가 여전하다.

이혁준 금융SF평가본부 본부장은 “하향 강도는 완화됐는데 이는 부동산 PF 구조조정 과정에서 잠재 부실이 상당 수준 정리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4차례에 걸친 사업성 평가 결과 파악된 부실 PF는 금융업권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상향조정은 생명보험과 NPL투자, 하향 조정은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에 집중됐다. 신용등급 또는 등급전망의 상향조정이 발생한 업종은 생명보험(3개사), NPL(부실채권)투자(2개사), 증권(1개사), 할부리스(1개사), 저축은행(1개사)이다. 하향조정이 발생한 업종은 저축은행(4개사), 부동산신탁(3개사), 생명보험(1개사), 증권(1개사)이다. 상향조정은 생명보험과 NPL투자, 하향조정은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에 집중되었다. 상향조정 사유는 실적개선 또는 지배주주 변경에 따른 계열지원 능력 강화다. 등급이 하향조정된 곳은 실적 저하가 주요 원인이었다.

◆하반기 실적 변수 = 나이스신평은 올 하반기 금융업권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5개 업종은 안정적, 3개 업종은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신용등급 방향성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는 △미국의 관세정책 △한국의 재정정책 △내수경기의 회복 여부가 꼽힌다. 금융업권의 주요 이슈는 경기 둔화와 연체율 상승 심화다. 이 본부장은 “한국은 주력 산업의 성숙기 진입, 인구구조의 고령화, 소득 대비 과다한 가계부채가 유발한 구매력 저하 영향으로 저성장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강도 높은 관세 인상 추진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은 더욱 하락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주요국 중 가장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5년 GDP 성장률 전망치는 0.8%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GDP성장률과 깉은 수준이며, 주요국 중 가장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채권 연체율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 급등세로 전환하여 2025년 들어서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내수경기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 중이고 새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하반기 금융회사 실적의 변수다.

◆증권업 부정적 → 안정적으로 변경 = 증권업의 경우 올 하반기 사업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작년엔 국내 증시가 부진했지만 해외주식 거래 급증으로 수탁수수료가 증가하고 자기매매 부문에서도 이익이 커졌다. 올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 새 정부의 재정을 통한 시중 유동성 공급 확대 및 주주 친화적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전년도 부진했던 기저효과가 맞물리며 국내 증시의 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나이스신평은 증시 환경이 호전되는 점을 감안해 증권업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한편 나이스신평은 하나증권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본부장은 “하나증권의 수익성이 회복된 가운데 과거 문제였던 대체투자의 급격한 자산건전성 변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올투자증권의 장단기신용등급은 A와 A2에서 A-와 A2-로 하향조정했다. 이 본부장은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금융 부문 위축으로 인해 시장지위, 수익성,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된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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