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매물 소개’ 공인중개사 ‘등록 취소형’
벌금 300만원 확정시 3년간 취업 제한도
법원 “중개사 명의 대여로 사기 피해 발생”
전세사기 매물을 소개한 중개보조원에게 명의를 대여한 공인중개사가 ‘등록 취소형’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단독 이종우 판사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A 중개법인 대표 이 모씨, 중개보조원 정 모씨와 최 모씨 등 3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이 법을 위반해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를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공인중개사 등록을 할 수 없다. 이번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이씨는 물론 피고인들 모두 3년간 중개업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
이씨의 매물 중개로 지난 2022년 4월과 2023년 11월 서울 관악구의 빌라 2채에 대하여 1억6000만원과 1억9000만원의 전세 계약이 각각 진행됐다. 하지만 전세 계약을 중개했던 사람은 ‘가짜 공인중개사’들이었다. 중개보조원이었던 정씨와 최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진 A 중개법인 대표 이씨 명의를 대여해 매물을 중개한 것이다.
중개보조원은 현행법상 자격증이 필요한 공인중개사와 달리 4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매물 소개 등으로 역할이 국한돼 있다. 의뢰인과 상담하거나 가격조정 및 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행위로 중개 계약 등에 관여했다면 불법이다. 또 공인중개사는 자격증이나 명의를 중개보조원에게 대여할 수 없다.
검찰에 따르면 A 중개법인은 실제로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B씨가 사실상 자금을 투입해 운영한 법인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이 있는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들이 근무했다. 이씨는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중개한 실적에 대한 중개수수료는 자신이 전부받고, 사무실을 방문하는 고객들에 대해서는 중개보조원들이 중개행위를 하면 그 중개수수료의 절반을 건당 실적에 비례해 중개보조원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들은 재판에서 “중개보조원의 경우 중개법인의 피고용자 지위에서 법인의 지휘와 감독에 따라 중개보조업무를 수행했다”며 “이씨가 중개보조원들에게 명의를 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무죄 주장을 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전세 중개행위는 중개보조인들이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 판사는 “공인중개사법에서 일정 자격을 갖춘 자만을 부동산 중개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취지는 거래당사자에게 불측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라며 “중개보조원들이 행한 업무는 사실상 공인중개사가 해야 될 업무로, 공인중개사의 명의를 빌려 사실상 부동산중개업무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문적이지 못한 중개보조원들의 부실한 설명의무 등으로 전세계약을 맺은 임차인(세입자)들이 사기 피해를 당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