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국내 금융회사 투자 손실 위험 여전
대부분 만기연장으로 손실 현실화 늦춰
미 오피스 공실률 높아, 손실 확대 우려
해외 부동산 시장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만기 연장을 통해 손실의 현실화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국내 금융회사들의 투자 손실이 확대될 위험성이 크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6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2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산업시설(데이터센터) 중심의 선순위 대출 증가 등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은행권 신규 투자를 중심으로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전년(57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1조6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만기도래 규모는 10조6000억원으로 정상적인 상환이 이뤄졌다면 잔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을 것이다. 감소폭이 적은 것은 신규 투자보다는 만기연장을 통해 상환을 미룬 영향이 크다.
2023년말 기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만기도래 분포를 보면 지난해 10조6000억원, 2026년까지 16조5000억원, 2028년까지 12조6000억원, 2030년까지 5조2000억원, 2031년 이후는 12조7000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말 기준 만기도래 분포를 보면 2025년 8조3000억원, 2026년까지 9조원, 2028년까지 15조6000억원, 2030년까지 6조8000억원, 2031년 이후 16조3000억원이다. 2027년 이후 만기 규모가 전체 투자 잔액의 69.1%에 달한다. 전년도 52.9%와 비교하면 비중이 16.2%p 증가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시장이 안 좋은 상황이고 시장성 자산이 아니다 보니 처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투자한 펀드의 만기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별 투자 잔액은 보험이 30조1000억원(53.8%)으로 가장 많고, 은행(12조5000억원), 증권(7조6000억원), 상호금융(3조70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2조원), 저축은행(1000억원) 순이다. 전년 대비 은행은 9000억원 증가했지만 보험과 증권은 각각 1조20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는 1000억원 줄었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투자 지역별로 보면 북미가 35조원(62.5%)으로 가장 많고, 유럽 10조3000억원(18.4%), 아시아 3조8000억원(6.9%), 기타 및 복수지역 6조8000억원(12.2%)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기준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34조1000억원 중 2조5900억원(7.59%)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로 인한 부실 위험이 커졌다.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 또는 원금 미지급,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LTV(담보인정비율) 조건 미달 등이 발생한 것이다.
다만 EOD 발생이 즉시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투자자간 대출조건 조정, 만기연장, 대주 변경 등을 통해 해소가 가능하다. 또 자산매각시 배분 순위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EOD가 발생한 자산 유형을 보면 복합시설 등이 1조4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오피스(6600억원), 주거용(2900억원), 호텔(16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EOD 규모는 전분기 대비 500억원 감소했지만 금융회사들이 선제적 손실인식 등으로 미리 부실을 털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EOD사업장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회복이 어려운 자산에 대해 선제적 손실 인식의 필요성을 금융당국이 강조하면서 금융회사들이 정리에 나선 영향이 크다. 시장 상황이 좋아져서 EOD 규모가 감소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린스트리트에서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발표하는 지수인 CPPI는 미국의 경우 2022년 155로 고점을 찍은 후 2023년 121.5로 하락했으며 지난해말 127.3%로 소폭 상승했다. 유럽도 같은 기간 129.6 →96.6→100으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 이후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경기 둔화 우려, 자금조달 환경의 불확실성 등으로 회복 속도는 더딘 편”이라며 손실 확대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 발표한 지난해말 기준 미국 공실률은 오피스 20.4%, 소매 10.3%, 산업시설 6.9%, 아파트 6.1% 순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오피스 투자 자산에 대해 손실인식 적정성 점검, 감정평가 최신화 등 맞춤형 감독을 실시하겠다”며 “오피스 외에 다른 유형의 투자 자산에 대해서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도록 지도하고 적정 손실인식 등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금감원은 투자관리 역량 확보 하에 해외 대체투자가 이뤄지도록 업권별 대체투자 관련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개정을 조속히 완료할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