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돌보고 사각지대 없앤 ‘순환버스’
마을버스 닿지 않는 구석구석 운행
효도버스·공공버스 등 교통실험 확산
지역순환버스가 서울 자치구 행정혁신의 대표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3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역순환버스는 성동구를 필두로 용산구 서대문구 서초구 노원구 등에서 운영 중이다.
가장 최근에 도입한 자치구는 노원구다. 25인승 소형버스 5대가 투입되며 배차간격은 20분이다. 노원구 공공시설 방문객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특히 장애인·고령자·임산부 등 교통약자는 거주지와 무관하게 탑승할 수 있다. 대중교통 노선이 부족한 지역 주민들 불편을 줄이고 공공시설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 1일 운행을 시작했다.
서초구 효도버스는 어르신 맞춤형 교통수단이다. 어르신들이 사회복지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내 복지관 등을 순회한다. 접근성이 좋아지니 시설 이용률도 높아져 어르신들 심리적·육체적 건강 증진에 보탬을 준다. 지난해에만 누적 11만594명이 효도버스를 이용했다.
구청 이전으로 보건소 이용이 어려워진 주민들을 위해 시작된 용산구 지역순환버스는 문화버스로 발전했다. 구청, 주민센터를 방문하려는 주민들 이동을 돕고 문화시설, 보건소 등을 순회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10분까지 운행하며 6개 노선 105개 정류장을 평일 내내 돌아 다닌다. 용산구 문화버스에는 자동심장충격기도 설치돼 있다. 노년층이 많이 이용하는 버스 특성을 감안한 안전 대책이다.
◆대중교통 보완 기능, 데이터로 입증 = 자치구마다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던 지역순환버스를 공공버스라는 이름으로 통합한 곳은 성동구다. 복지관 따로 문화시설 따로 보건소 따로 도는 방식을 개선해 지난해 모든 공공시설을 순회하는 성공버스(성동구 공공시설 무료셔틀버스)를 만들었다. 성공버스 탄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마을버스와 노선 조정이 필요했고 조례도 손봐야 했다.
가뜩이나 경영난과 기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마을버스 업계와는 이 과정에서 상생 해법을 찾았다. 최대한 노선을 겹치지 않게 하되 기사 수급와 안정적인 대중교통 기능 유지를 위해 버스기사들에게 월 30만원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찾았다. 열악한 처우 탓에 기사가 줄어드는 타 지자체와 달리 성동구는 되레 마을버스 기사 수가 증가했고 공공버스와의 공존으로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메우는 교통혁신이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그간 감으로만 알고 있던 주민들의 교통 불편 문제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존 마을버스 현황과 최적화 방안을 연구한 결과 금호동과 성수동이 단절된 상황을 발견했다. 주민 의견 수렴, 수차례에 걸친 업계와 간담회를 통해 왕십리를 중심으로 회차 거점을 만들고 순환버스 노선을 정비했다. 설문조사 결과 일일, 주간 단위 이용률은 물론 연령대별 이용 현황 등 향후 버스 운영에 참고할 구체적 수치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폭넓은 의견 수렴은 노선 선정에 결정적 근거로 활용됐다. 주민들은 버스가 반드시 정차해야 하는 시설을 △체육시설 △성동구청 △서울숲 등 공원 순으로 꼽았고 뒤를 이어 △교육시설 및 도서관 △문화예술시설 △보건소를 지목했다.
공공버스가 대중교통 보완재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은 교통수단 이용 현황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성동구 주민들은 출퇴근은 물론 기타 시간대에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공공버스’라고 답했다.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공공버스 이용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창수 사이버한국외대 교수는 “서울 자치구의 공공버스, 지역순환버스 실험은 행정이 달라지면 주민 서비스가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그간 광역 지자체와 정부에 의존해 있던 교통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기초 지자체 혁신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