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실리 택한 국민의힘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법안 합의
“집중투표제 등 독소조항 포함 안 돼
재계의 ‘전향적 검토’ 입장 참고한 것”
이사의 충실 의무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를 거쳐 3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기업 경영 위축, 소송 남발 우려 등의 이유로 그동안 상법 개정에 반대해왔던 국민의힘은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며 합의안 도출에 적극 참여했다.
국민의힘이 상법 개정에 대해 전격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을 두고 소수 야당이 취할 수 있는 ‘실리 추구’ 전략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00만명에 달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민심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재계가 ‘독소조항’으로 평가하는 내용은 추후 논의하기로 정리하면서 ‘줄 건 주고 챙길 건 챙겼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3일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소액주주 등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또 결정적으로 경영계가 전향적으로 이런 부분들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먼저 밝혀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로 하고 집중투표제 강화안을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다른 원내 관계자는 3일 “주주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로 한 것은 독소조항을 뺀 것”이라면서 “주주 충실 의무를 원안 그대로 했으면 기업 활동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하는 조항이었지만 이것을 전체 주주로 하면 몇건의 소송은 있겠지만 그래도 사회적인 공감대나 합의라는 부분에서 크게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는 2일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의결 기구인 이사회에 외부인이 들어가게 되는데 그러면 회사는 운영이 안 된다”면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막고 감사 분리 선출을 막은 것은 최소한의 견제는 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기업→주주) △상장사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소액 주주나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소송을 당할 위험이 커져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번에 상정된 상법 개정안은 이 2가지 조항에 △3% 룰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증원 조항이 추가된 것이다. 3% 룰은 감사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로, 현재는 사내이사 감사위원 선출(합산 3%)과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개별 3%)시 3% 룰 적용이 다르게 돼 있다. 여야는 사내·사외 구분 없이 감사위원 선출시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지분을 ‘합산’ 3%로 통일시키는 데 합의했다.
다만 소수 주주의 이사 선임 기회를 보장하는 집중투표제 도입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확대하는 내용은 여야 합의 과정에서 빠졌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