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 … “이젠 기대를 현실로 바꿀 때”
전문가들 “인사가 만사” 한목소리
부동산·관세·경제 등 성과 나와야
여당, ‘여의도출장소’ 벗어날까
“통합 메시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이후 30일간 줄곧 6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은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로 축포를 날렸다. 내란사태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훼손된 국정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초반 민심 속으로 들어간 이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포함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점점 윤석열정부에 대한 반대급부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시점으로 접어들고 있다. ‘말’에서 ‘성과’를 원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일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인사가 만사이고 인사가 망사”라며 “인사에는 모든 메시지가 들어가 있어 국민들 입장에서는 인사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 대통령 인사에서 특별한 통합 메시지를 발견하기는 어려웠고 실용과 성과를 기대한 인사로 보인다”며 “최근에 나온 몇몇 인사들 중에서는 문제될 사람들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 대통령 인사에서 첫 낙마자는 오광수 민정수석이었다. 이후 김민석 국무총리후보자의 경우 재산형성 과정에 많은 의문점이 제기됐고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 이진숙 교육부장관후보자 등 재산, 리더십, 역사의식 등 다양한 문제들로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게다가 송미령 농림부장관, 오유경 식약처장 유임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최 교수는 “인사 문제가 닥쳤을 때 이를 빠르게 결단해 끊어내지 않을 경우가 더 문제가 된다”면서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인사를 고집할 경우 민심 이반이 컸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26일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4%로 나왔다.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14%가 경제·민생을 꼽았고 13%가 추진력, 8%가 소통을 짚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취임 30일쯤(2022년 6월 7~9일 조사) 지지율 역시 50%대로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문재인정부 이후 ‘비정치인’으로 기대감이 컸던 임기 초반의 모습이었다. 취임 직후부터 4주 내내 50% 초반을 유지했다. 국정운영 긍정평가 이유로는 국방안보(10%), 추진력(7%), 소통(7%)이 꼽혔다. 하지만 당시부터 부정평가의 이유로 인사(32%)가 강도 높게 지목됐다. 검찰편중인사 등으로 논란이 컸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낙마(2022년 5월 23일), 김승희 복지부장관 낙마(7월 4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낙마(8월 8일) 등이 이어지면서 취임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지지율 50%가 무너졌고 두 달 만에 긍정 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많아졌다.
리트머스 시험지가 눈앞에 닥쳤다. 서울 부동산 문제가 현안으로 급등했다. 미국의 관세협상도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경제 구조적인 문제가 섞여 있어 국민들의 삶이 쉽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 취임이후 30일간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데 이러한 기대감이 이제는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면서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큰 데 강력한 대출규제로 시장의 심리를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통상압력이나 방위비 문제 등 외교안보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고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문제와 얽혀 있어 해법을 찾기가 난해하다”며 “이 대통령의 실용원칙이 제대로 통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통합’과 ‘협치’ 메시지 뿐 아니라 실제로 드러나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모두의 대통령’을 언급했고 국정운영 방향으로 ‘실용’과 함께 ‘통합’을 내밀었다. 실제 12.3 내란이후 갈라진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게 핵심과제라는 점을 여러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합과 협치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없다”면서 “인사에서도 눈에 띄지 않고 있고 국회에서의 의사결정과정에서도 뚜렷하게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고 밀어붙이기보다는 협상하면서 양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당의 ‘레드팀’ 역할도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교수는 “강성 지도부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총리와 장관 등 8명이 이미 입각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한 몸이 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레드팀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