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무시할 수 없는 형사사법의 효율성

2025-07-04 13:00:02 게재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회에서 검찰청법 폐지법률안과 함께 검찰청을 대신하는 기구를 신설하는 법안들이 나왔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그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검찰청법을 개정하여 검찰청 검사의 수사권을 부패범죄 등 4가지 유형의 범죄 및 관련범죄로 제한하고,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런데 수사권과 기소권의 기능적 분리에도 불구하고 검찰청 검사의 권한 남용의 폐해가 사라지지 않고 검찰청 검사의 수사 대상 범죄 개념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혼란이 해소되지 않자 국회는 검찰청 검사가 4가지 유형의 범죄에 대해 행사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조직적으로 분리해 수사권은 신설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기소권은 신설하는 공소청에 부여하려는 것이다. 검찰청이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되는 셈이다.

이처럼 수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수청, 경찰청의 국가수사본부(국수본), 해양경찰청 등에 분산되면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수사권의 관할 내지 경합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수사기관간 협력을 도모하며 수사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목적을 두고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하려는 기구가 바로 국가수사위원회이다.

검찰개혁 지향점 옳지만 효율성 무시는 안돼

검찰개혁 법안의 지향점은 옳다. 그러나 인권보장과 적법절차라는 형사사법의 이념과 함께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형사사법의 효율성이다. 우선 수사권 분산으로 인한 경합의 원인 개념인 관련범죄의 의미는 어떻게 규정하든지 해석적 논란이 될 수 있으나 넓은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중수청 법안은 중대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것으로서 중대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며 중대범죄자가 범한 것을 관련범죄로 정의하고 있고, 공수처법도 이런 방식으로 관련범죄를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청법은 이보다 넓게 본래범죄의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것으로서 이와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는 것을 관련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넓게 예컨대 중대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죄를 관련범죄로 중수청 법안에 규정하는 것이 수사권 분산의 취지에 부합한다. 국수본은 수사 대상 범죄에 제한이 없고, 그 중 일부의 범죄에 대해 중수청과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사권 경합은 공수처와 검찰청 사이에 주로 문제가 되었으나 그런 사건은 많지 않았다. 중수청과 공수처 사이의 수사권 경합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조정하기 위한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를 두는 것은 형사사법의 비효율이다.

수사기관의 불송치결정은 물론 공수처의 불기소결정도 이의신청의 대상으로 하고, 이런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리를 국수위에 설치되는 국가수사심의위원회의 권한으로 한 것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국가수사심의위원회의 기각 결정에 대해 바로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비효율이고 신설되는 공소청을 의미없게 한다.

국가수사심의위원회가 재수사를 요구하거나 검사에게 송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수사기관이 이에 불응하는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대해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그 사건은 검찰청 검사에게 송치되도록 하고 있다. 중수청이나 공수처의 불송치결정에 대해 고소인의 이의신청이 있으면 공소청 검사에게 송치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보완수사는 공소청이 직접 하도록 해야

국수본이나 중수청 또는 공수처가 공소청으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 공소청이 해당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않고 직접 보완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형사사법이다. 또한 이것이 사건의 핑퐁을 막고,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형사사법제도의 개혁 논의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배심제의 확대 내지 강화가 쉽게 거론된다. 그러나 미국의 형사사법과 배심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95% 이상 사건의 효율적 처리를 가능하게 해주는 플리바게닝이다. 그런데 이는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추구하면서 형사정의 이념은 포기한 제도이다.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