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부산”…어수선한 해수부, 서해바다 이상 없나
“땜질대응 해양주권 못지켜" … 기후변화 대응, HMM 글로벌경쟁력 강화도 난제
해양수산부가 북극항로시대 준비와 부산 이전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해양영토관리 기후변화대응 해운산업경쟁력강화 등 주요 업무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용원(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은 4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해수부 국방부 외교부가 공동 티에프(TF)를 구성해 중국의 ‘서해공정 저지’를 위한 장기전략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일시적인 땜질 대응으로는 우리 해양주권을 절대 지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북극해 진출을 가속화하고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으로 중남미까지 자국 영향력이 미치는 항구를 건설하거나 운영하면서 세계 해양은 다시 강대국들의 패권이 부딪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에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해양경계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양국과 해양영토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일본과는 제7광구를 포함,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도 2028년 6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해수부 장관을 역임한 조승환(국민의힘. 부산 중구영도구) 의원은 3일 “해양영토는 민감한 문제인데 북극항로 준비, 부산 이전 등으로 해수부가 자칫 이를 소홀히 하지는 않을지 장관 후보자 청문회나 의정활동을 통해 계속 챙기겠다”고 말했다.
◆해양영토에서 주권적 권리행사 위축 우려 = 중국이 서해에 인공구조물을 조성하며 한국 선박의 접근을 막은 사실이 드러나자 중국이 서해를 자국의 앞바다로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월 2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소속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서해 중국 구조물에 접근하자 자국 해경 함정 2척과 고무보트 3척 등 5척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당시 온누리호는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무단 설치된 중국 대형 철제 구조물 인근 해역을 조사하려 했다. 한국과 중국이 해양경계를 획정하기 전까지 운영하는 잠정조치수역에서는 양국이 조업활동이 아닌 자원 개발 등 다른 활동을 하거나 고정 시설물을 설치하면 안된다.
유 의원은 “당시 고무보트에 있던 중국 민간인들과 수상 구조물 감시원들이 칼을 들고 위협하고 생선도 던졌다”며 “이는 강도 높은 도발행위지만 해경 해수부 외교부 등 관계 당국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은 듯 하다”고 지적했다.
해경은 “당시 충돌까지는 가지 않고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상황을 관리했다”며 “해경은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그에 맞춰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유용원 의원실이 해군 해수부 해경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해상 중국 부표는 13기, 한국은 12기다.
중국측 13기 중 9기는 서해 서남부에 몰려 있고 한국의 12기는 분산 설치됐다. 특히 중국측 구조물은 중국군이 해상작전구역으로 일방적으로 선포한 동경 124도 수역에도 있다. 중국은 서해상에서 미군 항공모함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서해공정 관련 총괄은 안보실에서 담당하고 외교부 국방부 해경 등과 함께 해수부도 맡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해수부는 온누리호 활동처럼 우리 관할 해역에서 우리의 주권적 권리행사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해양영토에서 우리의 주권적 권리를 실제 행사하면서 우리 해양을 지키는 해수부 활동이 위축되는 것 아닌지 이번 서해공정 진행과 대응 과정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유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우리나라 해양 부이는 서해 전역에 고르게 분포돼 수온 염분 풍향 풍속 등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중국은 자국 해양 부이를 서남 해역에 의도적으로 밀집 배치하고 있다”며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북극항로 준비도 물류 넘어 조선·금융·기후대응까지 = 해수부가 준비하는 북극항로 대응도 단순히 해상항로와 물류를 넘어 조선 금융 등 연관 산업과 기후변화 대응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는 3일 ‘북극항로 전문가 조찬 간담회’를 열고 △북극항로 운영현황과 주요국의 동향 △북극해 해빙 현황과 우리정부의 과학역량 및 운용능력 △2016년 북극항로 시범운항 경험과 향후 운항에서 고려할 사항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는 경제2분과 윤준병 중소벤처·농식품·해양 소분과위원장을 비롯해 국정기획위원회 위원들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극지연구소 연구자, 북극항로 시범운항 참여자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윤준병(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시고창군) 소분과위원장은 “북극항로 개척은 단순한 신항로 개척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물류뿐만 아니라 조선 금융같은 전·후방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전문가들 의견에서 좋은 내용이 많았다”며 “준비된 내용을 실행할 수 있는 권한 재원 등을 뒷받침하거나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정기획위는 논의된 내용을 검토해 국정과제로 만들 예정이다.
김성범 해수부 차관도 “검토된 내용을 추진할 수 있게 북극항로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향후 북극항로위원회 등 관련 추진체계가 정비되면 그 속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후방 산업 뿐만 아니라 북극항로와 연관된 기후변화 대응도 강조하고 있다.
김주홍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름철 북극바다를 덮고 있는 해빙이 녹아 바다가 열리면 자연순환이 깨지고 북극발 이상기후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위도의 제트기류가 약해져 아래위로 크게 출렁이며 폭염과 한파 폭우가 빈번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빙을 녹일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면 시베리아동토가 녹으면서 바이러스가 활성화돼 전염병도 확산될 수 있다.
해수면 상승도 안정된 기후에 적응해 살아온 한국 국민과 북반구 주민, 세계 인류의 삶을 바꿀 요인이다. 김 연구원은 “바다에 있는 해빙이 녹는 것은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린란드를 덮고 있는 육지의 눈과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준다”며 “해수면이 상승하면 태풍 등에 침수면적이 늘어나고 주거지를 옮겨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 과학계는 북극해 전체 면적 중 바다를 덮고 있는 해빙 면적이 100만㎢ 미만이면 해빙이 없는 북극해라고 한다. 김 연구원은 해빙이 사라진 여름을 말할 때 여름은 9월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북극해 전체 면적은 1405만㎢ 규모다.
현재 북극해 운항을 관리하는 러시아 로사톰은 7월부터 11월까지 운항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운항 선사와 선박을 신청받는다. 북극항로 개척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는 연중 북극항로를 운항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북극항로 이용 시간과 폭이 확대될 수록 기후변화와 기후재해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원은 “기후변화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하는데 국제사회가 분열돼 각자도생하는 것은 기후대응 시나리오에서 최악”이라고 말했다.
◆해운시황 악화 속 HMM 지배구조 불안 계속 =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종료(7월 8일)와 미국과 중국의 관세휴전 마감(8월)을 앞두고 세계 해운시장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선복량 공급이 물동량 증가를 앞서 있는 가운데 코로나팬데믹 전쟁 가뭄 등 시장 밖 충격으로 활황을 보였던 해운시장이 구조적 침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보고서는 그동안 계속 나왔다.
관세전쟁으로 올랐던 부산발 K-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KCCI)와 상하이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2분기까지는 누적 영업이익 1조원 규모를 보이겠지만 3분기 이후 시황이 악화되면서 올해 안에 분기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HMM은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계속 되면서 시장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실과 해수부가 사실상 주인이 구조로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5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면서 “(HMM민영화에 대해서는) 매각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정부기관이 보유한 지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사실상 공기업 체제로 운영할 수도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HMM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도 호응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주가 상승으로 HMM 매각이 순탄치 않자 산업은행 건전성 관리를 위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출 시 HMM 지분을 제외해달라”고 금융 당국에 요청했고, 금융감독원은 ‘BIS비율 산출 예외 조치 요청’에 대해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했다. 비조치 의견서는 금융 당국이 유권 해석을 거쳐 ‘제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문서다. 이번 조치는 3년을 기한으로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HMM의 지분 가치가 산업은행 자기자본의 15%를 초과해도 초과액에 대해선 위험가중치를 적용받지 않는다. 3년간 HMM 지분을 보유해도 되는 것이다.
그 사이 HMM이 선복량 기준 세계 10위권 선사들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HMM은 선복량 94만4539TEU로 세계 8위로 일본의 ONE(6위), 대만의 양밍(10위)과 함께 프리미어얼라이언스를 맺고 해상운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ONE는 독자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현재 202만8937TEU에서 2030년 300만TEU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에서 북미서안 북미동안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하려면 200만TEU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게 해운업계 정설이다.
HMM은 2030년까지 150만TEU로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투자는 미미하다.
해운동맹에 정통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본 ONE는 프리미어얼라이언스에서 HMM 등에게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동맹을 탈퇴할 수도 있다”며 “HMM이 동맹 속에서 매력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