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공표금지, 실제 조사에 한정”

2025-07-04 13:00:10 게재

1·2심 벌금형→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공표금지기간 전 조사+투표일 예상치 ‘적법’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단체카톡방에 올린 지지율 변동 그래프에 투표일 예상치가 포함됐더라도 ‘실제 행해진 여론조사’는 아니므로 여론조사 공표금지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년기 전 강릉시 부시장과 A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김 전 부시장과 A씨는 2022년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닷새 앞둔 5월 27일 각각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강릉시장 지지율 변동’이라는 제목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표시된 그래프를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6.1 지방선거 당시 여론조사 공표·보도금지기간은 5월 26일부터였는데, 문제의 그래프에는 5월 20일부터 투표일까지 지지율 변동이 선으로 표시돼 있고 선 아랫부분에는 ‘5월 20일, 5월 25일, 투표일(예상)’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1심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기간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결과라는 점이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며 “투표일 예상 지지율까지 포함되어 있어 공표금지기간이 포함된 여론조사결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또 “선거여론조사기준에서 정하고 있는 여론조사결과를 인용해 공표할 때 함께 공표해야 하는 사항이 기재돼 있지 않다”며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피고인들은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해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그래프를 보는 선거인들로서는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기간 이후에 후보자들의 지지율을 분석한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에서 공표를 금지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대법원은 “공표나 보도가 금지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는 공표·보도금지기간 중의 날을 조사일시로 하여 실제 행해진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그래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2022년 5월 25일까지의 결과값은 실제 행해진 여론조사의 결과값이지만 공표·보도금지기간 전의 날을 조사일시로 한 것”이라며 “2022년 5월 26일부터의 결과값은 공표·보도금지기간 중의 결과값이지만 실제 조사가 행해진 여론조사의 결과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지지율 예상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사건 그래프의 결과값은 모두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에서 공표를 금지하는 여론조사결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제108조의 ‘여론조사’ 개념을 ‘실제 이루어진 여론조사’로 한정해 해석한 첫 사례다.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 투표마감시각까지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조항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공표금지기간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라면 투표일 예상치가 포함돼도 그것이 단순한 예상치에 불과하다면 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리를 확립했다. 이는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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