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재성장률 올해 사상 처음 1%대로 하락 전망”
OECD, 6개월 만에 0.1%p 낮춰
캐나다·이탈리아·영국 등은 반등
“인구감소 적극 대응해야” 지적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이 사상 처음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국제기구 분석이 처음 나왔다. 인구가 자연감소하면서 고령화 속도가 빠른 영향이 크다. 전통적으로 한국이 강했던 수출·반도체산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인구감소 대응과 신성장산업 발굴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자본과 노동, 자원 등을 모두 활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한국 경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물가 상승 등 다른 부작용을 감수하지 않는 한 2%대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올해 잠재성장률 1.9% =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공개한 한국은행의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 갭 현황’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 지난해 12월 분석 당시 2.0%보다 0.1%p 낮췄다. 2001년 이후 OECD의 한국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2%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1년(3.8%) 이후 14년 동안 연속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2∼2024년 3년간은 2.2%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갑자기 0.3%p 급락했다.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미국(2.1%), 캐나다(1.7%), 이탈리아(1.3%), 영국(1.2%), 프랑스(1.0%), 독일(0.5%), 일본(0.2%) 순이었다. 미국은 2021년 잠재성장률 2.4%를 달성해 처음으로 한국(2.3%)을 추월하고 5년간 G7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G7 국가들보다 잠재성장률이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2021년과 비교하면 캐나다(1.5→1.7%), 이탈리아(1.0→1.3%), 영국(0.9→1.2%)은 잠재성장률이 반등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속도 빨라 = 한은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라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유럽중앙은행(ECB) 포럼 정책토론 과정에서 “10년 전만해도 우리(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약 3%였지만, 지금은 2%를 꽤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분석한 결과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이 2% 수준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실질 GDP도 잠재 GDP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한국의 GDP갭(격차)률은 2025년 -1.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0.4%), 2024년(-0.3%)에 이어 3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GDP갭이란 잠재 GDP와 비교해 현 시점의 실질 GDP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격차를 잠재 GDP로 나눈 백분율 값이다. GDP갭률이 마이너스이면 실질 GDP가 잠재 GDP를 밑돈다.
한은은 지난달 10일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30년간(1994∼2024년) 6%p나 떨어져 다른 나라보다 하락 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했다.
OECD의 잠재성장률 하향 조정은 인구 감소, 생산성 하락 등 장기·구조적 요인뿐 아니라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도 잠재성장률 회복을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여러가지 대책을 수립·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정책공약집을 통해 ‘잠재성장률 3% 진입’을 목표로 내세웠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공급망·산업구조 개편,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개선을 통해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라며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다면 현실에 맞는 형태의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