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출렁이는 부동산, 잠 못 드는 가장들

2025-07-07 13:00:02 게재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7월 여당은 임대차 2법을 통과시켰다. 임대료 상한선을 5%로 제한하고 전월세 계약을 ‘2+2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었다.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장은 강자인 임대인 편이었다. 집주인들이 4년치 전셋값을 한꺼번에 인상하며 전세 대란이 벌어졌다. 매맷값까지 덩달아 뛰었다.

당시 기자도 전셋값 폭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2년을 산 아파트 전셋값이 두 배 넘게 뛰었다. 수억원이 올랐다. 그렇게 큰 현금이 있을 리 없던 기자는 부족한 전셋값 마련을 위해 밤잠을 설쳐야 했다. 피눈물 나는 경험이었다. 그 와중에 터진 문재인정부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기자를 절망과 분노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문재인정부는 선의로 임대차 2법을 추진했겠지만 투기세력을 제압하기에는 너무 무능했다. 국민 신뢰를 얻기에는 도덕성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서울 부동산이 또 다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좁은 국토에서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는 와중에 투기적 수요가 부동산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어, 전체 흐름을 바꿀까 한다”며 “(6.27 부동산 대책은)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 수요 억제책은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는 발언이다.

이 대통령도 투기세력에 의한 부동산 폭등을 막고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선의를 가졌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이 대통령이 문재인정부로부터 두 가지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첫째 유능해야 한다. 선의만으로 정책은 성공하지 않는다. 능수능란한 투기세력을 잡으려면 그들보다 더 유능해야 한다. 위정자의 무능은 죄악이다. 둘째 도덕적으로 우월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른다. 앞에서 투기세력 잡겠다면서 뒤에서 자신들이 투기하면 정부를 신뢰하겠나.

서울 가장들이 부동산 폭등세를 보면서 다시 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제발 과거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수많은 가장들이 전셋값을 구하기 위해 은행을, 심지어 대부업체를 전전하는 사태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폭등하는 서울 집값을 보며 절망에 빠지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벌써부터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누구는 수도권에 집만 3채다. 강남에 고가의 오피스텔이 있고 강북에 상가건물도 보유 중이다. 경기도에 땅도 샀다. 값어치로 따지니 100억원을 넘는다. 부동산 투기 잡겠다는 이재명정부 장관이 ‘투기꾼 아니냐’는 야당의 비아냥이 나올까 두렵다. 50대 무주택 가장의 가슴은 벌써 답답해지고 있다.

엄경용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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