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생활비·간병비, 공공신탁 활용하나
국민주권정부 공약으로 제안
고령층 자산 부동산에 편중
치매·질병에 재정관리 보완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자산 81.2%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집중됐다. 전·월세보증금을 제외한 저축성 금융자산은 가구당 평균 9268만원에 불과했다. 초고령화사회에서 이러한 가구주가 경제활동을 중단하게 되면 국민연금 등을 제외하고 생활비가 들어올 곳이 없다. 의료비는 물론 간병비 부담도 막막해진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6일 KIRI리포트 ‘새정부 보험산업 정책’ 보고서를 통해 “공공신탁제도 도입은 신탁에 대한 기존의 제도적·심리적 장벽을 해소해, 제도 도입시 일정 수준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대통령선거 당시 정책공약으로 공공신탁제도를 통해 보험금 청구권의 간병비 전환을 내세웠다.
한국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있어 외형상 사회보장 체계는 두터워 보인다. 하지만 적립액이 많지 않은데다가 고령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게 문제다. 특히 치매환자와 장기요양 등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이들이 늘면서 주요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저출산 영향으로 새로 사회보장제도에 편입돼 보험료 등을 납부할 사람들마저 줄고 있다.
민주당이 정책공약집을 통해 제안한 공공신탁제도는 치매 및 장애 등으로 인해 재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자산을 공공기관이 수탁·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중장년층이 미리 공공기관과 사전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치매나 장애 등이 발생할 경우 공공기관이 신청자의 재산을 관리한다. 이럴 경우 신탁재산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필요한 생활비나 간병비 등을 지급하는 형태다.
치매나 장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신청자가 직접 재산을 관리하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공공기관이 개입한다. 또 정부가 신청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하고, 비영리 운영을 통해 수탁기관 신탁보수를 낮추도록 하는 구조다. 정부 예산을 기반으로 하면 낮은 보수나 무료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부동산등 실물자산의 현금화는 어렵지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보험이다. 고령자의 보유자산은 상속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는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늘고는 있지만 부동산을 상속하려는 이들이 많아 실물자산 신탁을 통한 생활비나 간병비 전환은 어렵다.
중고령층이 보유한 주요 보험은 보험사고 발생 여부나 시점이 불확실하다. 사고가 발생해야만 권리(보험금 지급)가 확정되는 조건부 자산이라는 특징이 있다. 생명보험의 경우 사망시 보험금을 유족등에게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보험사고가 발생될 당시 당사자가 인지기능이 저하된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더라도 관리가 어렵거나 제3자가 악용할 가능성도 크다. 물론 지금도 사망자 보험에 대한 신탁이 가능하지만 암 중대질병 치매 장기요양 진단금 등은 조건부 채권이라 신탁재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송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신체적·인지적 기능 저하에 따른 재정관리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일반사망 외에 정책형 보험의 보험금청구권을 공공신탁의 신탁재산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신탁을 통한 보험금청구권의 노후 생활비 및 간병비 구조화는 공적 돌범 재정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회사 관점에서도 전통적인 위험보장을 넘어 보험의 활용 범위와 가치를 확장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적 접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