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조선업, 합병으로 한·중에 도전

2025-07-07 13:00:21 게재

이마바리, JMU 지분 60% 확보 ··· 세계 4위 조선사 출범, 정부도 1조엔 지원

지난달 16일 드론으로 촬영한 중국 장쑤성 난징의 진링조선소 전경. 신화=연합뉴스
일본 조선업계가 중국과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최대 조선업체 이마바리조선이 최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지분을 기존 30%에서 60%로 확대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병으로 매출 기준 세계 4위 규모의 조선사가 탄생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영 중국선박그룹(CSSC)과 한국 HD현대중공업 등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마바리와 JMU는 이미 2021년 공동 선박 설계 자회사인 ‘일본조선(Nihon Shipyard)’을 출범시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단순한 기술 협력 이상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세계 선박 수주량의 70%를 차지했고, 일본은 고작 6.7%에 그쳤다. 일본의 선박 인도 점유율도 2018년 25%에서 2024년 12%로 급감했다. 과거 세계 점유율 40%를 자랑하던 일본 조선업의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도 산업 재건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집권 자민당의 특별위원회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1조엔(약 7조2000억원) 규모의 민관 합작 펀드 조성을 제안했고, 이를 통해 노후한 조선소를 현대화하고 정부가 조선소를 직접 건설해 민간에 임대하는 ‘국립 조선소’ 구상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일본은 해당 펀드를 공동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미국 측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자국 항만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어, 일본 조선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기술력과 품질 중심의 산업 전략을 고수해왔으며, 이번 합병 역시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한다. 이마바리의 히가키 유키토 사장은 “2030년대까지 일본의 시장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리고, 암모니아나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차세대 저탄소 선박 분야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조선업체들은 정부 보조금과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도 이미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중국은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바탕으로 빠른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비해 일본은 인건비 부담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력 확장에 제약을 받아왔다. 실제로 일본 조선업계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비중을 20% 가까이까지 늘린 상황이다.

이번 이마바리-JMU 합병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일본 조선업의 생존을 위한 전면적인 전략 전환이라 평가된다. 자민당은 정책 권고안에서 “이대로라면 일본은 유럽과 미국처럼 조선업을 완전히 잃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해운 물류, 경제, 나아가 국가 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조선업체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합병’이라는 전략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기술력과 품질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반격이 중국의 가격 경쟁력, 그리고 기술력과 가격을 모두 갖춘 한국 조선사들과의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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