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조선소 합치고, 한국은 해외로 진출
일본 ‘국립조선소’ 검토
미국 중국과 ‘선박전쟁’
중국은 거대 조선소를 더 크게 합치고, 한국 조선소는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국립조선소 건설을 검토한다. 세계 조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한·중·일 3국의 조선산업 경쟁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조선·해운 부문 경쟁을 ‘선박전쟁’으로 표현하고 ‘해양지배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와 손잡고 인도 및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강화에 나선다고 6일 발표했다. 국내에서 생산설비 확장이 어려운 상황을 해외 진출로 돌파하는 모습이다.
HD현대에 따르면 그룹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CSL)와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코친조선소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 위치한 인도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인도 정부가 67.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선부터 항공모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종의 설계·건조·수리 역량을 갖추고 있다. 최근 5년간 소형 상선 60척, 함정 10척 등 총 70척의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바 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코친조선소 설계·구매 지원 △생산성 향상 및 글로벌 수준의 품질 확보를 위한 기술 협력 △인적 역량 강화 및 교육 훈련 체계 고도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한다.
특히 양사는 향후 인도 및 해외 시장에서의 선박 수주 기회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양사의 협력은 인도 정부가 발표한 ‘인도 해양산업 비전 2030’ ‘해양산업 암릿 칼 비전 2047’ 등 해양산업 육성 로드맵과 연결돼 있다. 인도는 올해 약 2500억 루피(한화 약 4조원) 규모의 해양개발기금을 조성하고, 자국 조선산업과 해양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선박 건조·수리 등 인도의 조선산업은 2022년 약 9000만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11억2000만달러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켄 리서치는 2033년까지 연 평균 6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 조선 자회사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바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세계 최대 조선 그룹 중국선박조선집단(CSSC)의 핵심 자회사들이 합병에 나서 규모경쟁을 가속했다. CSSC는 내부 경쟁을 극복하고 효율성을 높여 점유율 세계 1위를 굳히겠다는 기세다.
5일 연합뉴스와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CSSC 산하 중국선박공업주식유한회사(중국선박)는 전날 공시를 통해 중국선박중공주식유한회사(중국중공)를 흡수합병하는 거래가 상하이증권거래소 인수합병심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합병은 중국선박이 신주를 발행해 기존 중국중공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록 및 관련 법률·규정에 따른 추가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았다.
1998년 설립된 중국선박은 군·민 조선, 수리, 해양공정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장난조선, 와이가오차오조선, 중촨청시, 광촨국제 등 4개 조선 기업을 두고 있다.
중국중공은 2008년 설립돼 해양방위와 해양개발장비 등의 사업부문을 갖고 있으며 다롄조선, 우창조선, 베이하이조선 등 대형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선박은 총 154척, 1272만4600만DWT(화물적재톤수)를, 중국중공은 103척(1589만9500DWT)을 수주했다. 세계 전체 조선소가 체결한 선박 주문량의 약 17%에 해당한다.
한국 중국에 뒤쳐진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조선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조선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정책 패키지를 책정하는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의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는 이날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일본 조선업의 재생을 위한 제언서를 제출했고,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일본의 조선 관련 기업들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은 중국에 뒤쳐진 해운·조선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중국의 해양굴기 정책을 분석,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해양지배력 회복’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중국이 정부 주도로 군민융합 방식으로 해운·조선산업 경쟁력을 키웠다는 분석을 담은 보고서 ‘선박전쟁’을 발표하고, 미 하원 군사위 산하 소위원회는 미국 조선업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