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국힘…“의석 부족? 민심과 멀어졌기 때문”
야권, 여권 독주 막는 데 실패 … “의석 부족해 불가피”
이명박 시절 소수야당은 공직후보자 무더기 낙마시켜
관건은 민심 지지 … “국힘, 쇄신 통해 민심 회복해야”
지난 4일 이재명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거대여당 주도로 추경안을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특활비 복원에 대한 여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불참으로 버텼지만, 여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하루 앞서 민주당은 김민석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도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김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 또는 지명철회를 요구했지만 여권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회는 이달 내로 17명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일부 후보자를 겨냥해 “부적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실제 낙마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여권의 독주에 속수무책인 형국이다. 인사든, 추경이든 여권 뜻대로 이뤄지고 있다. 제1야당의 견제는 전혀 통하질 않는다. 국민의힘에서는 “(국회) 의석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지만 실제 그 이유뿐일까.
이명박정부 시절 이춘호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등 8명의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이 야당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낙마했다. 당시 제1야당이던 통합민주당은 81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이었다. 한나라당은 150석을 넘는 거대여당이었지만, 민심을 업은 야당의 공세를 막지 못했다. 박근혜정부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박 대통령이 지명한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등 10명이 낙마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제1야당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머물렀지만,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을 잇따라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이 같은 차이의 원인으로 “제1야당에 대한 대중의 신뢰 부족”을 꼽았다. 윤 대표는 “최근 여당이 일방적으로 국회 운영을 하고 야당의 문제제기가 일부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호응이 끌어내지 못하는 건, (여권에 대한) 견제 도구로서 국민의힘의 역할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1야당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여 견제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갤럽(1~3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 46%, 국민의힘 22%로 나타났다. 24%p 격차다. 12.3 계엄 직후인 지난해 셋째 주 조사(민주당 48% 국민의힘 24%) 당시로 돌아간 모습이다. 국민의힘 지지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강력한 야당’으로 부활하기 위해선 자기 혁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계엄·탄핵과의 철저한 절연, 그리고 쇄신과 변화로의 확실한 전환을 통해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대중의 신뢰를 업으면 의석이 부족하다고 해도 거대여당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민주당은 소수야당이었지만, 고위공직자 후보들을 줄줄이 낙마시켰다. 민심을 업고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윤 대표)는 설명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