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 직원 정직 종교재단 “부당”
성희롱 피해 뒤 “무단 결근” 해고
중노위 판단에 복직했으나 따돌림
19개 사유 ‘정직’ … “재량권 남용”
종교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한 직원에 대해 재단이 여러 이유를 붙여 정직 처분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A재단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16년 재단에 입사한 B씨는 당시 이사장인 C씨로부터 4개월간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뒤 같은 해 9월부터 요양 휴직 등으로 한동안 근무하지 못했다.
재단은 이듬해 9월 무단결근 등을 사유로 B씨에게 해고를 통보했으나 중노위는 2018년 8월 B씨의 구제를 받아들여 해고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B씨는 2019년 4월부터 다시 출근했다.
그러나 재단은 B씨를 본래의 재무 업무와 다른 방문객 응대, 관리·청소 업무 등을 시켰고, 업무용 컴퓨터를 지급하지 않았다. 또 사무국 출입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등 차별적 처우를 했다.
B씨는 2022년 10월 이에 대해서도 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고, 지노위는 재단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재단은 2023년 11월 B씨에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했다. B씨가 기획실장에게 ‘초등학교 다시 다녀라’라고 폭언을 했고, 이른 시간에 출근해 출입문을 개방해 보안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지문인식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으며, 폭염으로 더울 때 문화기념관 앞에 호스로 물을 뿌렸다는 등 19개의 사무부서 규정 위반 사유였다.
하지만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징계가 부당하다는 B씨의 주장을 받아주었고, 이에 불복한 A재단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법원은 “B씨가 기획실장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긴 했으나 직장 내 성희롱 이후 A재단 근로자들로부터 따돌림당하고 있다고 느끼던 중 기획실장으로부터 폭언을 듣자, 이 같은 말을 하게 된 것으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의 비위행위 내용과 정도·경위·과거 징계전력에 비춰보면 이 사건 정직은 원고의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행사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을 경우 그 징계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함께 제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