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지방분담금 1조7000억 ‘속앓이’
지자체, 재원마련 방안 찾아 나서
‘100% 국비’ 기대했다 되레 실망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소비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지방비로 분담해야 할 매칭금액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7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확정되면서 지자체들의 소비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소비쿠폰 지급에 속도를 붙여 당장 오는 21일부터 지급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하면서 지자체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이날 행안부로부터 세부 분담금액을 통보받은 시·도는 서둘러 재원 마련 방안을 찾아 나섰다. 대부분 1차 추경이 마무리된 상황이라 2차 추경을 통한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도의회와 회의 일정 조율에도 나섰다.
일부 지자체들은 지역화폐를 활용해 소비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소비쿠폰을 지역화폐로 받는 주민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은 “정부 소비쿠폰 지급에 맞춰 지역화폐 중구통 인센티브를 기존 10%에서 15%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며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예산이 1조7000억원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전체 예산의 10%(서울시 25%)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시가 6000억원, 경기도가 4500억원, 인천시가 800억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비수도권에서는 경남도와 부산시도 8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광주시와 대전시 부담액은 각각 400억원 정도다.
광역뿐 아니라 기초지자체들도 부담이다. 분담액 배분은 시·도 자율에 맡겼는데, 대부분 시·도는 1대 1로 분담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차등 지급 방안이 오히려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불러온다는 불만도 나온다.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이나 소멸위기지역의 경우 지급액이 늘어난 만큼 지자체 분담액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 부자가 많은 강남·서초·송파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하고 임대주택이 몰린 강서·노원 같은 곳의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들 상당수가 이미 1차 추경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소비쿠폰 분담액 마련을 위해 2차 추경과 지방채 발행 등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일부 사업을 축소하는 방안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애초 정부안보다는 조건이 나아졌다. 정부안은 서울은 30%, 그 외 지자체는 20%를 부담하는 것이었다. 코로나 시기인 2021년 지급한 국민지원금 때와 같은 분담 비율을 그대로 적용했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 논의 과정에서 지자체 분담 비율이 절반인 10%(서울 25%)로 줄었다. 앞서 행안위가 전액(100%) 국비 부담을 결정한 탓에 애초 정부안을 유지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의 실망감은 더 크다. 행안위가 전액 국비부담을 결정할 때만 해도 지방비 부담이 없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지방비가 20%에서 10%로 줄었지만, 부담감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앞서 지난 2일 국회에 공문을 보내 소비쿠폰의 100% 국비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시·도지사들이 드러내놓고 반발하지는 않지만 분담해야 할 재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지자체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결정을 할 때는 사전에 협의하는 절차라도 지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곽태영·최세호·이제형·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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