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의 진수’ 조선 불화 등 일본서 귀환

2025-07-08 13:00:01 게재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 ‘시왕도’

고려와 조선 전기의 불교미술을 대표하는 유물 2점이 일본에서 환수돼 8일 오전 11시 공개됐다.

국가유산청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국외재단)과 함께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고려 사경(불교 경전을 유포하거나 공덕을 쌓기 위해 경전을 베끼는 일 또는 베낀 경전)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와 조선 전기 불화 ‘시왕도’를 공개했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 표지

이번에 공개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는 감색 종이에 금니(금가루를 아교풀에 개어 만든 안료)로 필사된 사경으로 1334년 고려에서 제작됐다. 총 길이 10m를 넘는 이 사경은 화엄종의 근본 경전인 ‘대방광불화엄경’ 중 주본(중국 당나라때 실차난타가 한역한 80권본) 제22권에 해당하며 주존불인 비로자나불이 도솔천궁에 올라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정교한 변상도(경전의 내용이나 의미를 알기 쉽게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에는 비로자나불과 여러 보살들의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전문 사경승의 높은 기량을 엿볼 수 있다. 이 유물은 보물로 지정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권15’(코리아나화장박물관 소장)와 발원문 내용이 동일해 동질의 화엄경임이 확인됐다.

‘시왕도’ 중 ‘변성왕도’

이 유물의 경우 지난해 10월 소장자가 국외재단에 매도 의사를 밝히며 처음 존재가 확인됐다.

함께 공개된 ‘시왕도’는 조선 전기의 대표적 불화로 저승에서 망자를 심판하는 10명의 시왕을 10폭에 나누어 묘사한 작품이다. 각 폭 상단에는 시왕의 재판 장면이, 하단에는 옥졸에게 형벌받는 망자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특히 5번째 염라왕의 면류관에는 북두칠성이 묘사돼 있으며 6번째 변성왕의 화면에는 끓는 지옥물에서 연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연화화생 장면이 등장해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이번에 환수된 ‘시왕도’는 현존하는 조선 전기 완질본 2점 중 하나로 학술적으로 가치를 지닌다. 작품은 일본 경매 출품 당시 국외재단이 정보 입수 후 국가유산청과 협력해 낙찰에 성공, 지난해 11월 국내로 들여왔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광복 80주년을 앞둔 시점에 일본에서 귀환한 문화유산을 국민과 나눌 수 있어 뜻깊다”며 “두 유물은 고려와 조선 불교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앞으로 전시와 연구를 통해 그 가치를 널리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사진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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