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보험사, 금으로 자산운용
올초 시범프로그램 시행
금시장서 영향력 커져가
2025년 1월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국은 10개 대형 보험회사에 대해 금 투자 및 임대를 허용하는 ‘보험자금의 금 사업 투자에 관한 시범 통지’를 발표했다. 보험사들은 고객들이 낸 보험료를 가지고 각종 투자사업을 벌여 수익을 거둔다. 대개 국공채나 예적금, 주식, 부동산 등을 활용하는데 이번에 금도 추가됐다.
그동안 중국 보험사의 자산운용은 채권에 집중돼 있는데,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수익률은 점차 떨어졌다. 2023년 중국 생명보험사 채권 자산규모는 11조6000억위안에서 2024년 15조위안으로 증가했다. 주요 보험사중 한곳인 차이나라이프 투자수익률은 2021년 4.98%에서 2024년 2.43%로 줄었다. 반면 금가격은 매년 오름세다. 중국 보험사들이 금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정책변화에 따라 10개 보험사는 상하이금거래소에 상장된 금 현물·스왑 등 거래는 물론 임대 거래도 가능하다. 다만 보험사가 실물 금을 직접 보관할 수 없고, 상하이금거래소 등을 통해 거래·보관하는 구조다. 또 보험사는 금투자때 이사회 심의를 거쳐야 하고, 금 거래업무 자격을 갖춘 인력을 최소 2명 이상 고용해야 한다. 금 임대를 할 때는 한 금융기관에 보험사 보유 금 현물 20%를 넘기지 못하게 했다.
이번 중국의 조치는 중국보험사의 자산운용 다변화, 세계 금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으로 이어진다. 중국 시장이 열리는 시간에 금가격 변동이 이뤄지는 등 가격 상승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말을 기준으로 중국 10대 대형보험사의 총 자산은 17.9조위안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10개 보험사가 총 자산의 1% 이내에서 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79억위안(27조원) 규모의 자금이 금시장에 유입된다. 세계금협회는 중국 보험사들이 상한선까지 금에 투자할 경우 중국 금보유량은 2450톤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는 전 세계 공식 금보유량의 8.6%다.
다만 금은 단기 가격 변동성이 높고, 이자 및 배당 소득이 없어 경우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과 비교해 수익이 낮을 수 있다. 추가 자본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보험연구원 손유영 연구원은 “세계 금시장에서 중국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보험회사 일부가 인플레이션 방어수단으로 금을 활용한 적이 있어 금을 활용한 자산운용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