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일 등 14개국 관세 예고
협상 결렬시 8월 1일부터 25%~40% 차등 부과 … 3주가량 유예기간 연장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해 25%의 ‘상호주의 관세’를 예고했고, 동남아 및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최대 40%의 고율 관세를 지정했다. 해당 조치는 자동차·철강 등 기존 품목별 관세와는 별도로 적용되며, 중복 부과는 하지 않는다고 미 행정부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수년간 지속된 일본과 한국의 비관세 장벽과 무역 적자는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 인상폭만큼을 우리가 부과하는 25%에 추가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조치가 지난 4월 발표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조치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 대해 ‘상호 관세’를 발표했으며, 이후 영국, 베트남, 중국 등과는 일부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산 쌀 추가 수입 등 일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한국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 공백기로 협상 진전에 차질이 있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번 고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는 복수의 EU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로부터 관세 인상 서한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으며,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통화에서 “좋은 대화(good exchange)”를 나눴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번 주 중 임시 무역합의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EU 내부에서는 간단한 합의에 만족할지 아니면 더 강력한 조건을 요구할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관세 부과 시점은 당초 7월 9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백악관은 3주간 협상 유예 기간을 두고 8월 1일로 시한을 연장했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상팀은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 최상의 거래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예를 결정했다”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예고된 관세가 그대로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세금 감면 법안 통과와 중동 휴전 중재 등 정책 성과 이후, 무역 이슈에 다시 초점을 맞추며 주요 교역국에 관세를 예고했다. 트럼프는 각국 정상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와의 관계에 따라 관세는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될 수 있다”며 협상 여지를 열어두기도 했다.
한편,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관세 예고에 대해 “사실상 관세 유예 조치”라고 평가하며, 남은 협상 기간 동안 미국과의 협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남아공은 자국에 3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미국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S&P500 지수는 0.8% 하락하며 3주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의 뉴욕증시 상장 주가는 각각 4.0%, 3.9% 하락했다. 엔화와 원화 등 주요 교역국 통화들도 미 달러화 대비 1%가량 절하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고율 관세 조치가 실제 발효될 경우, 미중 무역전쟁 당시처럼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8월 1일 이후의 글로벌 무역 환경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