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엔비디아 시총 4조달러 누가 먼저

2025-07-08 13:00:02 게재

감원, 허리띠 졸라맨 MS

AI 고속열차 탄 엔비디아

지난 5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5’ 컨퍼런스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AI 광풍을 타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4조달러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외형의 급등세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연간 매출 기준으로 엔비디아보다 훨씬 규모가 크지만, AI 가치사슬에서 위치는 다르다. AI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먼저 사야 한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AI 서비스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가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할지를 시험받아야 한다.

어제 종가기준 엔비디아는 시총 3조 8611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는 3조 6993억달러이다. 이달 말 발표될 2분기 실적에 따라 사상 최초로 단일 기업 시가총액 4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이 “AI 상용화는 시간문제”라고 보지만, 시점은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은 불과 석 달 만에 1조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4조달러 고지를 밟게 되면, 주가는 향후 실적 대비 20여년 만의 최고 수준의 밸류에이션에 도달한다. 그만큼 실망은 곧바로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의 협력으로 AI 주도권을 확보했지만, 오픈AI가 영리회사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향후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 시, 오픈AI가 기술 제공을 제한할 수 있어 전략에 불확실성이 남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칩 독립을 위한 자체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대규모 감원에도 직원 생산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직원 1인당 연매출은 아마존을 제외하면 주요 빅테크 중 최하위다.

애저 기반 AI 매출은 115억달러로 전년 대비 늘었지만, 전체 매출의 4%에 불과해 실질적 수익 기여는 제한적이다. 비용 절감만으론 한계가 있으며, AI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 없이는 고평가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반면 엔비디아는 AI 칩 수요에 직접 연결돼 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10배 이상 뛰었고, 향후 3년간도 연평균 32% 성장이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 AI 스타트업이 엔비디아 칩 없이도 고급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지난 1월, 엔비디아 주가는 단 일주일 만에 20%나 급락했다. 다만 현재로선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어, 이 같은 위협은 제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와 오피스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지만, AI가 이만큼의 역할을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경제를 바꿀 기술도 실제 전환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고 언급했다. 지금의 매출와 시총을 감안할 때, 마이크로소프트에겐 속도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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