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국채펀드’에 10조원 몰려
스테이블코인보다
수익성·활용도 높아
가상자산 기업과 트레이더들이 최근 ‘토큰화된 머니마켓 및 미국 국채 펀드’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거래 전후 유휴자금을 주로 스테이블코인에 보관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수익을 얻는 동시에 파생상품 담보로도 활용할 수 있는 토큰화 펀드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RWA.xyz에 따르면, 올해 들어 토큰화된 국채 관련 자산은 약 74억달러(약 10조2000억원)로 연초 대비 80% 증가했다. 블랙록, 프랭클린템플턴, 제너스헨더슨이 운용하는 토큰화 펀드의 경우, 자산이 세 배 가까이 불어나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토큰화된 펀드는 머니마켓펀드나 국채펀드의 지분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전환한 것으로, 블록체인 상에 기록돼 실시간 거래와 결제가 가능하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거래 체결 뒤 실제 자금이 오가는 데 수 일이 걸리는 구조와 달리, 결제 시간을 크게 단축해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운용사의 행정 비용과 마진콜 이행 부담도 줄여준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투는 “토큰화된 펀드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수익을 제공하면서도 사용이 간편하다”며 “암호화폐 투자자에게는 여유 현금을 보관하기에 더 나은 형식”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들 펀드는 일부 파생상품 거래에서 담보로도 쓰이고 있다. 예컨대 장외 금리스와프(IRS) 거래에서는 스테이블코인보다 유연한 담보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이 같은 흐름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도 한몫하고 있다. 자사 토큰의 준비금을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면서 토큰화 펀드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제너스헨더슨의 토큰화 국채펀드(JTRSY)는 자산의 대부분을 3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스카이머니가 맡기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도 이 흐름에 동력을 보탰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기존 금융 시스템의 느린 결제 구조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에 힘이 실린 것이다. 맥킨지는 토큰화된 채권, 펀드, 상장지수펀드(ETN) 시장이 향후 2조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도 인프라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에는 미국 DRW트레이딩, 채권 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 BNP파리바,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디지털에셋이라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총 1억3500만달러를 투자했다.
다만 토큰화 자산의 유동성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블랙록의 토니 아슈라프는 “현금 채권보다 유동성이 떨어져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주말마다 전통 금융시장 휴장에 따른 암호화폐 유동성 저하도 한계로 꼽힌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