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버터값 폭등에 베이커리도 식당도 울상

2025-07-08 13:00:04 게재

공급난에 식탁물가 압박

버터 대신 올리브유 쓴다

글로벌 버터값이 치솟으며 파리의 크루와상부터 런던 고급 레스토랑, 홍콩 빵집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인기 베이커리 ‘마미슈(Mamiche)’는 요즘 부랴부랴 버터 구하느라 바쁘다. 대표 메뉴인 크루와상에 꼭 들어가는 프랑스산 고급 제과용 버터(부흐르 드 투라주)가 제때 들어오지 않아서다. 결국 다른 공급처를 찾았지만, 가격은 예전보다 25~30%나 뛰었다. 매장 운영을 맡은 로빈 오르소니는 “공급처를 바꾸면 그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며 “고객 만족을 위해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럽과 뉴질랜드는 전 세계 버터 수출량의 70%를 차지하지만, 올해 초부터 재고가 바닥났다. 2022년 유럽 유제품 가격이 급등한 이후 낙농업자들은 치즈 생산에 집중했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버터 생산은 줄었다. 여기에 소 질병까지 겹치면서 유럽의 버터 생산량은 8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수요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중국에서만 버터 소비량이 6% 증가했고, 대만과 인도에서도 각각 4%, 3%씩 늘었다. 홍콩의 유명 제과점 ‘베이크하우스’는 연간 버터 사용량이 180톤에 달한다. 공동 창업자 그레고리 미쇼는 “중국산 버터는 아직 기준에 미치지 못해 뉴질랜드, 벨기에 등 세 차례 공급처를 바꿨다”고 전했다.

런던의 고급 식당 ‘모르첼라’는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식전에 제공하고 있다. 셰프 벤 마크스는 “예전엔 생선이나 고기 요리에 버터를 듬뿍 썼지만, 이제는 훨씬 더 계산적으로 써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블룸버그는 “서구 식생활에서 한때 기피되던 버터가 되레 인기 재료가 되며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버터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럽의 폭염으로 낙농 생산성이 악화된 데다, 아이스크림과 생크림 수요까지 겹치면서 버터에 들어가는 우유지방 확보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건강에는 오히려 희소식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연구는 버터를 올리브유 같은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할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암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버터는 대부분이 포화지방으로 구성돼 있지만, 올리브유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심혈관계 건강에 더 이롭다는 분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