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에 벌써 7명 사망…지자체 비상
제빙기·얼음냉장고까지 동원한 쉼터
행안부 ‘폭염 중대본’ 가동도 초읽기
더 빨라진 ‘극한 폭염’에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7일 기준 87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7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축 폐사 등 재산피해도 잇따르고 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8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전북 진안에서 50대 남성이 등산 도중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같은 날 경북 영덕에서도 40대 등산객이 하산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올해 7번째 온열질환 사망자다.
올여름 누적 온열질환자는 6일 기준(7일 발표) 875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가까운 숫자다. 특히 지난달 28일 처음 하루 발생 환자가 50명을 넘어선 이후 4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50명이 넘고 있다. 7월 2일 발생한 환자가 1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2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축 등 동물들도 폭염을 견디지 못했다. 7일 기준 돼지 1만591마리, 닭·오리 12만6791마리 등 13만7382마리가 폐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5812마리)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깝다.
연일 계속된 폭염에 사망자가 속출하자 지자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도는 7일 오후 1시부터 ‘폭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이날 오전 도내 31개 전 시·군에 폭염경보(29곳)·주의보(2곳)가 내려지자 비상예비단계를 재난대응단계로 전환하고 선제대응에 나선 것이다. 경기 시·군들도 무더위 쉼터 8300곳, 이동노동자 쉼터 32곳, 소방서 쉼터 207곳, 양산대여소 118곳 등을 운영하고 살수차 11대를 동원, 2559㎞ 구간 살수 등 예방활동을 펼쳤다.
전남에서도 폭염 피해가 속출했다.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닭 등 4만1095마리가 폐사하는 등 가축 피해가 늘고 있다. 이에 무더위쉼터 8603곳, 그늘막 1359곳, 쿨링포크 94곳 스마트쉼터 1곳을 운영하고 재난도우미(8428명) 활용 취약계층 안부 묻기 등 피해예방에 나섰다.
대구·경북 지자체들도 폭염피해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산불피해지역 주민과 이재민들을 위해 문화치유·심리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경로당 행복선생님 542명이 방문·점검활동을 벌이는 등 특별관리하고 있다. 안동시는 1과장 1임시주택단지 책임담당제를 운영하고 청송군은 이재민 임시조립주택에 전기요금 전액 감면, 생활지원사 방문관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 대구시는 달구벌대로 등 6개 구간에 클린로드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하루 4회 702톤의 지하수를 도로에 뿌려 온도를 낮춘다. 해수욕장 방문객이 많은 부산시는 여름축제나 행사장에 그늘막을 제공하고 식염수 얼음팩 소금 생수 등 비상구급품을 비치한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일제히 무더위쉼터·그늘막 운영, 생수제공, 취약계층 관리 등에 나선 가운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폭염에 맞서 눈길을 끄는 지자체들도 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필수·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쉼터에 여름철 얼음생수를 지원해 왔는데 올해는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제빙기도 추가로 설치했다. 관악구는 야외 어르신 일자리 참여자들에게 스마트워치를 지원하고 서초구는 태양광으로 가동하는 공기순환기를 운영한다. 전남 화순군은 민간 드론축구단과 협약을 맺고 13개 읍·면을 대상으로 드론 예찰 활동을 하고 있다.
충남 아산시는 시설오이재배 농가 17곳에 ‘보텍스 튜브형 에어냉각조끼’를 보급했다. 에어냉각조끼는 작업자의 의복 내부온도와 습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충남 부여군은 올해 전국 처음으로 ‘농업근로자 폭염 쉼터’ 조성에 나섰다. 하우스 재배단지 2곳에 폭염쉼터 4곳을 조성하는데 전력자급이 가능하도록 태양광설비도 설치한다. 부여군의 쉼터 조성은 지난달 농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농지 내 쉼터 조성이 가능해지면서 시작됐다.
한편 폭염에 대비한 최고 단계 비상대응체계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국 183개 기상특보구역 가운데 40%에서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 이상인 상태가 3일 이상 연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중대본이 가동된다. 지난해에는 7월 31일 중대본 1단계가 가동돼 29일 만인 8월 28일 해제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 폭염 특보 발령 시기와 지역이 지난해에 비해 빠르고 넓다”며 “올해 폭염 중대본 가동은 지난해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신일·곽태영·방국진·김진명·최세호·곽재우
윤여운·이제형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