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소주 가격 10개월 만에 올랐다…맥주값도 상승
내수부진에 술값 낮춰 영업
‘미끼’ 할인 행사 끝난 효과
소비개선 기대감 반영됐나
술집이나 식당에서 파는 소줏값이 10개월 만에 상승했다. 맥주 가격도 작년 내란사태 이후 처음으로 올랐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소주 품목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1% 올랐다. 지난해 9월(-0.6%) 이후 9개월간 이어진 하락세가 반전됐다. 외식 맥주도 지난달 0.5% 오르면서 지난해 12월(-0.4%) 이후 7개월 만에 인상됐다.
소매점에서 파는 소주 가격 역시 16개월 동안 하락하다가 지난 5월에 0.2% 오른 데 이어 지난달에도 0.1% 상승했다. 소매점 맥주 가격은 지난달 상승률이 3.1%로 지난해 10월(4.3%)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외식 소주와 맥주 가격은 그동안 이례적으로 장기간 하락 흐름을 보였다. 외식 소주 가격은 2005년 8월(0.1%)부터 지난해 8월(0.6%)까지 19년1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외식 맥주도 1999년 12월(1.3%)부터 지난해 11월(0.9%)까지 무려 25년간 쉬지 않고 올랐다.
그러나 최근 장기 내수부진이 이어지자 외식업계들이 소주·맥주 가격을 낮춰 고객을 유치하는 영업방식이 유행하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들이 술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하는 ‘미끼 전략’을 쓰면서 물가지수를 떨어뜨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술 물가가 반등한 것은 이같은 미끼 전략이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업체별로 영업 프로모션을 위해 술값을 할인하곤 하는데 통상 행사 기간이 1~2개월인데 비해 이번엔 꽤 길게 이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술값 할인과 복귀 현상은 대도시권에서 특히 활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선 소주 가격이 지난해 6월(-0.8%)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2월에는 -8.8%를 기록했다. 이후 점차 하락 폭을 좁혀서 지난달에는 –3.1%를 나타냈다. 부산에서도 이미 작년 3월(-3.1%)부터 내려가서 약 1년간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지난 3월(2.8%)부터 반등했다.
외식 술값 할인 종료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린 소비심리 개선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100 이하로 급락한 뒤 4월(93.8)과 5월(101.8), 6월(108.7) 석 달 연속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한편으론 일부 한계 자영업자가 술값 할인 행사를 하고도 버티지 못해 폐업하면서 가격 원복 효과가 나타난 사례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 사업자 현황을 보면 지난 5월 호프주점은 2만1891개로 1년 전보다 1982개(-8.3%) 줄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