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문가 100명 중 93명, 7월 금통위 만장일치 동결 전망

2025-07-08 13:00:02 게재

가계대출 증가·부동산 상승에 금융안정 먼저 고려

물가·환율 채권시장 심리 악화 … 국채 발행 부담

채권전문가 100명 중 93명은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금융 안정 측면을 가장 먼저 고려할 공산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물가와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전월 대비 악화했다.

◆“급한 불 먼저 끄자” = 8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93%는 10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1개 기관 100명이 응답한 결과다. 금투협은 “부동산 시장 불안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혼재하면서 7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예상이 직전 조사 31% 대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문 연구원은 “7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을 앞두고 6월 가계대출 및 수도권 부동산 매매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정책 공조의 테마가 부동산 안정화로 이동했다”며 “이번 금통위에서는 먼저 급한 불(부동산)부터 끄고 중요한 목표(경기부양)로 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세정책 시행으로 인한 수출 경기둔화 우려 등 저성장 우려가 있지만 5월 기준금리 인하 후 발생한 가계대출 증가 가속화와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나타나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7월 금통위에서는 금융 안정 측면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상호 관세 유예 기간 종료 이후 한국의 관세율이 재차 높아질 수 있는 점도 우려사항이다. 관세율의 발효가 8월 1일 이라는 점에서 한은은 추가적인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회복 기대감 … 물가 상승 우려 = 최근에는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물가 우려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2차 추경안을 발표했고, 지난 4일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됐다. 대선 이후 한 달 만에 추경안이 국회까지 통과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졌다. 선거 불확실성 완화 그리고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지난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8.7포인트로 202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경기의 상방 압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이후 물가도 예상보다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4분기 이후 물가에 대해서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물가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연초 이후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7~9월 민생 회복 소비 쿠폰까지 지급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물가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이유는 민간 소비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였다"며 "소비심리 개선 및 소비 쿠폰으로 수요가 높아질 수 있는 점은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물가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전월 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2%로 시장예상치를 웃돌면서 물가 상승에 22명, 물가하락에 8명이 응답했다.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도 전월 대비 악화됐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돼 달러 강세 전망이 강화되면서 환율하락 응답은 감소, 환율상승 응답은 증가했다.

◆국채 발행 역대 최대 …매파적 기조 유지 어려워 = 한편 7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겠지만 하반기 국채 발행 부담으로 한은이 과도하게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월 금통위 당시에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완화적인 기조를 보여줬는데 1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은은 올해 대규모 국채 발행에 따른 수급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당시만 해도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197조6000억원이었다.

그동안 2차례의 추경을 거치면서 올해 발행될 국채 규모는 231조1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작년 158조8000억원 대비 45.6% 증가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발행이다. 상반기 123조6000억원이 발행됐고, 7월을 포함한 하반기엔 107조5000억원의 발행이 필요하다. 연말 북클로징을 고려하면 10월까지 매월 20조원 가량의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 임 연구원은 “채권시장도 수급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매파적인 강도를 높일 경우 금리는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리진 않을 금리 인하 카드 … 다시 경기 부양 =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8월 이후 다시 경기 부양 필요성과 추가 금리 인하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부터는 △ 높아진 관세율 △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가 확인될 것”이라며 “8월 이후에는 한국은행의 정책 공조 테마가 ‘다시 경기 부양’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1차와 2차 추경 집행 과정이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은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4분기 들어서는 수출 경기둔화 우려가 완화될 수 있으며, 경기 부양의 정책 효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금리 인하 시점이 3분기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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