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뉴노멀 기후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자
코로나 이후에 뉴노멀 시대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뉴노멀(new normal)은 ‘새로운 일상’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이 당연하지 않고, 이상하게 여겨졌던 것이 평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막 7월에 들어섰는데 최저기온이 25℃를 넘는 열대야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고 강릉은 30℃를 넘는 초열대야로 인해 야간에도 물가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상기후라고 표현하던 기상 현상은 이제 이상한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이 되었다.
심각한 생물 다양성 훼손을 초래할 것으로 예견된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이 이미 벌어졌고, 그러하기에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전개되는 각종 재난을 감수해야 한다.
소위 100년 만의 기상 이변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들리기 시작했고,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재앙의 물살은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는 옵션(선택)이 아니라 필수(의무)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후 장관급만 참석하던 국무회의에 기상청과 산림청, 소방청 등 외청 기관장도 참석시켜 장마철 호우와 폭염 등 재난 대비 상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재난 대비가 시급함을 인식한 대통령의 실용적인 대응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개념적인 인식의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 필요성을 인정하고, 대통령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하겠다는 태도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과 투자 필요한 때
뉴노멀 시대에는 기존의 관행을 깨고 새로운 일상에 맞는 새 틀로 접근해야 한다. 단, 예방을 위한 투자를 역설했음에도 무시되었던 과거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온고지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실패의 전철을 벗어나기 위해 과감한 변신을 꾀하되 새 시대의 수요에 맞는 고품질의 정책이 제시되고 실효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편성되는 추가경정 예산안에 기후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항목이 보이지 않는 점은 너무 아쉽다. 정부는 추경안을 통해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위로를 주고 위축된 경기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금년 봄의 산불과 같은 기후 재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제 또 닥쳐올 산사태 등의 재난을 막기 위한 긴급한 투자는 왜 포함되지 않은 것일까?
재난을 겪으며 자주 듣는 말은 ‘누구 탓’이다. 그런데 재난 피해의 당사자가 원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것이다.
대형 산불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과 대응체계를 갖추고, 후속적인 대형 산사태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원래의 모습과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 달라는 의미이다.
다행스럽게 금년 장마로 인한 산사태의 문제는 심각하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듯하다. 폭우 대신 폭염으로 고생하는 상황이지만 산림 당국의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는 여건이다.
하지만, 산사태는 산불이 일어난 당해연도가 아니라 다음 해 이후에 심각한 국면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0년 대형 산불 이후 2002년 태풍 루사의 피해가 컸으며, 2022년의 산불 후에도 2023년에 산사태가 많았다. 재앙에 대한 의식이 희미해질 때 본격적인 고난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소 전문적인 용어이지만, 기상과 기후는 다르다. 기상(날씨)은 순간적이고 국지적인 다양한 대기의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기후는 기상의 누적된 모습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통 지구의 기분은 ‘기상’, 지구의 성격은 ‘기후’로 비유한다.
직장 상사의 기분이 나빠진 원인을 논하며 탓하는 수준에 머물지 말고 그 상사의 스타일(성격)을 고려한 대응방식을 마련하여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지구가 표현하는 현재의 기분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지구의 변한 성격을 이해하고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식이다.
탓하는 수준이 아닌 적극적인 대책을
바뀐 정치여건, 정권의 성격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권과 상관없이 바뀐 지구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이 뉴노멀 시대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모쪼록 새 정부에서는 뉴노멀 기후환경에 제대로 대응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