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오월동주'

2025-07-09 13:00:01 게재

주택공급이 이재명정부 초반 국정동력을 좌우할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6억원 이상 대출 제한이라는 초유의 규제 카드를 꺼냈지만 공급이 뒤를 받쳐 주지 않으면 집값이 다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에 자신의 미래가 걸린 사람이 또 한명 있다. 최초의 5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오세훈 시장이다. 오 시장은 최근 “(제가) 얼마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주택공급에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한 시민의 평가가 (출마 여부의)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확대를 둘러싼 안팎의 여건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서울은 집을 새로 지을 땅이 없어 재건축·재개발 외엔 대규모 주택공급이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재건축 시장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독특한 민관합작 부동산 프로젝트다. 공공이 개인 소유 아파트의 용적률을 올려 새 집을 짓게 해주고 이 과정에서 주민은 재산증식을, 공공은 개발이익을 얻는 시스템이다. 박원순 서울시와 문재인정부 불행의 시작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수습된 뒤 찾아온 부동산 버블이었다.

어차피 오르지 않을 집값, ‘고쳐서 살아보자’는 재생 시대가 막을 내리자 부동산 광풍이 불어닥쳤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집값에 기름을 부었다. 뉴타운의 폐해에 집중한 박원순 서울시는 정비사업 구역을 모두 해제했고 문재인정부는 안전진단 장벽을 높여 재건축을 막았다. 윤석열정부는 재건축 기준을 대폭 낮추는 등 정비사업을 지원했지만 국제정세 불안 속 공사비 급등에 발목이 잡혔다. 재건축의 본질은 돈을 버는 것인데 사업성이 추락하니 조합도 시공사도 관심이 시들해졌고 규제를 아무리 풀어줘도 꺼진 불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부동산 때문에 일어선 윤정부와 서울시 모두 “애는 쓴 것 같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됐고 이 폭탄은 그대로 새정부와 4기 오세훈 시장 앞에 떨어졌다.

총리와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유력 인사들은 서울 집값 급등을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재지정 논란이 초래했다고 비난한다. 오 시장은 “돈을 풀면 집값은 반드시 뛴다”며 새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깎아내리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공급 확대에 성공하면 ‘오세훈 좋은 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책임을 미루는 것도, 공과를 상대에게 빼앗길 수 있다며 멈칫대는 것도 배가 가라앉으면 소용없는 일이 된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재명정부와 오세훈서울시는 지금 ‘주택공급’이란 배에 함께 타고 있다. 서로 견제하다 때를 놓치면 새정부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첫 1년도, 오 시장의 임기 마지막 12개월도 허송세월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집값 안정을 위해 국민들이 깜짝 놀랄 협력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이제형 자치행정팀 기자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