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미 재무장관, 다음주 일본 방문 추진

2025-07-09 13:00:01 게재

중국과도 대화 재개 의지

동아시아 무역전략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아시아 3국을 상대로 본격적인 무역 협상 압박에 들어갔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내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고, 한국에는 이미 25% 상호관세를 통보했다. 중국과는 8월 초부터 대규모 무역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의 동아시아 ‘패키지 협상’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센트 장관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미국의 날’ 행사 참석을 위해 내주 일본을 찾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방문이 단순한 행사 참석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미·일 간 무역 협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베센트 장관의 첫 방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은 지난 7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4개국에 관세 부과를 통보했다. 일본에는 당초 예고됐던 24%보다 1%포인트 높은 25%의 관세가 적용됐고, 한국 역시 8월 1일부터 동일한 세율의 상호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베센트 장관은 관세 협상의 실질 책임자다. 일본과의 관세 협상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지만, 그는 아직 일본을 직접 방문한 적이 없다. 이번 방일이 협상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일본과도 반도체, 자동차 부품, 의약품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일정에서 공식 회담이 없더라도 비공식 대화 채널이 작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부에서는 한국 방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이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찾는다면, 관세 부과와 관련한 실무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과도 새로운 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지금까지 무역 합의를 공정하게 이행해왔다”면서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은 희토류 자석의 대미 수출을 신속히 승인해왔다”며 “미국은 현재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8월 초 베센트 장관,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그리어 대사와 함께 중국을 방문해 협상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미국의 동아시아 무역 전략은 한·중·일 3국을 동시에 겨냥한 다층적 압박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의 일본 방문은 이 전략의 일환으로, 단순한 외교 행사 참석을 넘어 미국이 지역별 협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움직임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 각각 통보된 관세 발효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행보는 협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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