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인, IPO 3년 난항 끝에 홍콩증시로 간다

2025-07-09 13:00:01 게재

미 상장 실패 후 방향 전환 2024년 순이익 40% 감소

온라인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이 홍콩증권거래소에 비공개로 기업공개(IPO)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년 반 넘게 지연되고 있는 런던 상장 절차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영국 금융당국에 규제 완화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쉬인이 최근 홍콩거래소에 예비 상장서류를 비공개로 제출하고,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중국증권위원회)의 승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쉬인은 중국에서 창업한 기업으로, 현재도 주요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 본토에 두고 있다.

쉬인은 약 18개월 전 런던 증시 상장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영국 금융감독청(이하 영국감독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특히 양국 당국은 쉬인의 공급망이 포함된 신장 지역과 관련한 리스크 공시 문구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감독청은 올해 초 쉬인의 상장설명서를 승인했으나, 중국 증권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이 중국 내 사업 리스크를 언급하는 방식에 대해 더욱 엄밀히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영국 하원은 쉬인의 신장산 면화 사용 여부에 대한 답변 회피를 문제 삼으며 공급망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국은 뉴욕, 런던 대신 홍콩 상장을 장려하고 있으며, 홍콩거래소는 정치적 리스크 공시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에 쉬인의 홍콩 상장 설명서가 홍콩거래소와 중국증권위원회 양측의 승인을 받을 경우, 영국감독청 역시 이를 토대로 런던 상장을 허가할 여지가 생긴다. FT는 “이 경우 영국감독청이 승인을 내린다면, 홍콩-런던 동시 상장 또는 런던 2차상장 방식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쉬인의 IPO 추진은 약 3년 전부터 본격화됐지만, 지정학적 긴장 속에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특히 202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상장 불허 판정을 받은 뒤, 이번엔 홍콩행으로 방향을 틀게 된 것이다.

쉬인은 약 120억달러(약 16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상장에 나설 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일부 투자자와 자문사들은 IPO 절차 가속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 상장에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쉬인은 2024년 매출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8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40% 가까이 줄어 10억달러에 그쳤다. 반면 미국 시장 성과는 예상보단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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