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우외환’…안에선 혁신 내분, 밖에선 특검 칼날

2025-07-09 13:00:14 게재

김건희·내란 특검, 전현직 의원 수십 명 수사 선상에

혁신 내분, 8월 전당대회로 확산 … 이전투구 우려도

송 위원장, 새 혁신위원장에 윤희숙 여연 원장 발탁

내우외환(內憂外患 내부의 근심과 외부의 걱정). 요즘 제1야당 국민의힘 처지를 집약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다. 밖에서는 3대 특검이 국민의힘을 조여 오는데, 안에서는 당권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에 정신이 팔린 모습이다.

생각에 잠긴 송언석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백브리핑을 한 뒤 승강기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9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3대 특검이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을 겨냥한 수사망을 조여 오고 있다. 전날에는 ‘명태균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이 현역인 윤상현 의원과 전직인 김영선 전 의원을 압수수색했다. 김상민 전 검사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김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윤상현 압수수색 김건희 특검이 8일 국회 윤상현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김건희 특검은 앞서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 현역인 김선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을 출국금지했다. ‘건진법사 의혹’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은 국민의힘 윤핵관 의원들의 연루 정황을 면밀히 조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건진법사는 윤핵관으로 꼽히는 의원들과 두루 친분을 맺고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 특검 수사망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관측이다. 12.3 계엄 당일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게 해 계엄 해제 의결을 막았다는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8일 “이재명정권과 민주당에 촉구한다. 권력 남용하지 마시고 과잉수사 하지 마시고 정치보복 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특검 수사를 이재명정권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8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수십 명이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문제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말로 싸우는 것 외에 의원들을 실제 방어해줄 방법이 없다. 방탄당을 자처해 수사를 막는다면 여론의 비판이 거셀 것이고, 만약 당이 손 놓고 있으면 의원들이 무더기로 잡혀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부의 걱정과 함께 내부의 근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을 사퇴하면서 불붙은 혁신 내분이 8월 전당대회로 옮겨붙을 전망이다. 안 의원이 쌍권(권영세·권성동)을 겨냥한 인적 쇄신 필요성을 제기하자, 쌍권은 안 의원을 거세게 비판했다. 친한(한동훈)도 친윤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권성동 의원은 “혁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자신의 영달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로 삼은 것은 그 자체로 혁신의 대상”이라며 안 의원을 혁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안 의원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쌍권과) 설전을 벌이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당이 좀 뭉쳐야 되는 데 갈기갈기 찢겨지는 모습을 국민이나 당원에게 보여주는 건 실례라고 생각해서, 저도 할 말은 있지만 삼가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을 둘러싼 내분은 8월 전당대회로 확전될 것으로 보인다. 전대 출마를 선언한 안 의원은 김문수 전 노동부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에게 출마를 요청했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도 출마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친윤에서는 장동혁 의원을 밀 것이란 전언이다. 장 의원은 출마 결심을 굳히고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문수-한동훈-안철수-장동혁 대결구도가 짜여지면, 당내 모든 계파와 세력이 뒤엉키는 사실상 이전투구 양상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이 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를 지나오면서 사실상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추락해야 바닥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송 비대위원장은 9일 안 의원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혁신위원장에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발탁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경제통인 윤 원장이 위원장직을 맡아 혁신 업무를 잘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며 “실패한 과거와 결별하고 수도권 민심으로 다가가는 정책 전문 정당으로 거듭나는 혁신 조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 비대위원장은 “당이 겪는 모든 갈등과 혼란이 향후 길게 보면 혁신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대 선관위원장으로는 황우여 전 의원을 임명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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