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두 곳 남은 장관 자리 놓고…이재명 대통령 ‘장고’
17개 부처 장관 지명 후 문체·국토부 장관은 열흘째 무소식
“사람 넘쳐도 눈에 차는 인물 없다더라” 풍요 속 빈곤 ‘고충’
초대 내각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 장관 등 빈 자리 두 곳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여권에선 ‘풍요 속 빈곤’ 이야기가 나온다. 하려는 사람은 넘치지만 정작 대통령 눈에 차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중에도 문체부와 국토부 장관 인선은 발표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이 대통령이 19개 중 17개 부처 장관 인선을 마무리한 날이 지난 달 29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열흘째 신규 인선이 없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23일 국방부 등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29일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국회에선 다음 주부터 이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슈퍼 위크에 돌입한다.
애초에 마지막 두 자리 인선 시점은 지난 주말로 점쳐졌다. 대통령실도 지난 주말 전까지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비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다 별다른 인선 발표 없이 주말을 넘기자 현재는 인선 시점 예상 자체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근엔 미국 관세 협상 이슈까지 전면에 부각되면서 장관 인선은 점점 뒤로 밀리는 형국이다.
여권에선 이 대통령의 고심이 클 수밖에 없으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화 분야 공약에 관여했던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이 김 구 선생 이야기까지 하면서 소프트파워 빅5, 세계적 문화강국을 만들겠다고 했고, 이건 기존의 순수 문화예술적 측면보다는 문화산업의 측면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라면서 “문화예술 소양과 산업 비전을 모두 갖춘 현장형 인사를 찾는다고 알고 있는데 낙점하기 쉽지 않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손 드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대통령 눈에 드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문체부 장관 후보 지명과 관련해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달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간담회에서 “너무 복잡하게 고민하다보니 지금 문체부 장관을 못 뽑고 있다”면서 “(문화예술계도) 고민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출판부터 체육, 언론부터 관광까지 망라한 문체부의 광활한 업무 특성상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체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 중 대부분이 고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결국엔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으로 무게가 옮겨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로는 관료 출신 김현환 한국외대 교수, 김윤덕 의원 등이 후보군에 남아 있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선 역시 늦어지면서 이 자리 역시 결국엔 정치인 출신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 핵심인 국토부 특성상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정무 감각도 갖출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신도시 건설과 관련해 ‘속도전’을 예고한 만큼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유임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상우 현 국토부 장관은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과 가까운 전직 관료는 “아무리 공무원이 영혼이 없다고 해도 최소한의 상도의는 지켜야 한다는 게 박 장관 생각으로 안다”고 유임 제의 고사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 차관 출신으로 여당 의원을 지내고 있는 맹성규 손명수 의원과 함께 국토위 활동 경력이 있는 윤후덕 4선 의원,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을 지낸 김세용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형선·송현경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