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8개국에 '고관세 경고장'
소규모 국가도 예외 없이 고율 부과…브라질 50% 인상, 정치 개입 시사
트럼프는 이들 국가에 대해 8월 1일부터 두 자릿수 이상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며, 무역정책을 외교와 정치 압박의 수단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상국은 브라질 필리핀 몰도바 브루나이 리비아 이라크 알제리 스리랑카로 대부분 미국과의 교역 비중 크지 않은 국가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조치는 브라질을 향했다. 트럼프는 브라질산 제품에 기존 10%에서 50%로 대폭 인상된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표현하며 중단을 요구했다.
트럼프는 “브라질의 사법 조치는 국제적 수치”라고 주장했고, 최근 브라질 대법원이 미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내린 검열 명령과 벌금 부과도 거론하며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에게 브라질의 디지털 무역 정책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는 단순한 관세 부과를 넘어, 정치·사법 문제까지 포함한 다층적 압박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트럼프가 이번 조치를 통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고, 룰라 정부를 국제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브라질 외에도 트럼프는 필리핀(20%), 몰도바·브루나이(25%), 리비아·이라크·알제리·스리랑카(각 30%)에 대해 새로운 상호관세율을 예고했다.
이는 지난 4월 공개된 세계 관세 전략의 연장선이다. 당시 트럼프는 무역 적자가 발생하는 약 60개국을 대상으로 고율 관세 방침을 천명했으며, 이번 조치는 그 전략을 실행에 옮긴 사례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우리는 이미 수천억 달러의 관세를 받아들였고,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향후 추가 조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서한에 포함된 대부분 국가들이 경제 규모가 작고 미국과의 무역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들 국가도 예외 없이 고율의 관세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는 상대국이 얼마나 강대하든, 또는 약소국이든 관계없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일정한 양보를 하지 않으면 ‘징벌성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전략은 한국과 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회동 중 “관세는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오랫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고,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양자 무역 적자 중심 접근에 비판적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다자간 공급망과 소비자 선택, 외국의 산업 특화 구조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발생하며, 이를 일방적으로 제재하는 방식은 근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가령 트럼프는 베트남과의 무역 협정이 미국산 대형 SUV 수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베트남의 도로 사정과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번 관세 서한이 단지 협상을 위한 압박 카드인지, 실제 적용될 제재인지는 8월 1일 이후에 판가름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번엔 연기가 없다”고 못박은 상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