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산층 짓누르는 가계부채
부동산 열풍 끝자락에
위기 직면한 소비자들
중국의 소비 지표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5년 5월 소매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6.4% 증가해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빠른 상승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가계의 소득 기반이 아니라 국가 보조금과 온라인 대출에 기대어 나온 반짝 성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가계부채가 GDP의 60%를 넘었다”고 전했다. 2006년 당시 GDP의 11%에도 미치지 못하던 가계부채 비율은 불과 20년 만에 선진국 수준에 육박했다.
민간 리서치사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는 현재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인 인구가 2500만명에서 3400만명 사이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으며, 단순 연체자를 포함하면 최대 8300만명까지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의 65%는 부동산 대출이 차지한다. 주거용 부동산 경매는 2024년에 36만6000건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회수조차 어려운 상황이며, 강제집행은 민심 악화를 우려해 꺼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과잉 소비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오랜 ‘무역흑자+저축’ 기반 성장모델에 기인한다. 정부는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로 인해 생산비는 낮아졌고, 수출은 급증했지만, 국민소득 중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전체 GDP 대비 저축률은 높지만 가계 소비 여력은 크게 제한됐다. 자산 인플레이션과 대출 확장이 그 공백을 채웠고,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부의 효과’를 자극해 소비는 다시 확대됐다. 그러나 그 기반은 부채였다. 이에 대해 중국경제 전문가 마이클 페티스는 “중국의 무역흑자는 억제된 내수와 과잉저축의 결과이며, 이렇게 쌓인 자본은 부채를 통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자산에 흘러들어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가계는 비교적 높은 저축률을 유지해왔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중국 가계의 저축률은 2023년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32%에 달했다.” 이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3% 미만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고성장기에는 주택 구매를 위한 차입이 마치 일방적인 승부수처럼 여겨졌다. 일자리는 안정적이었고,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알리페이, 위뱅크 등 온라인 금융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일부는 가족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대출을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그 이듬해 시작된 부동산 경기 붕괴는 이 모든 신화를 무너뜨렸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채권추심원들과의 갈등 속에 내몰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채권추심 업체가 폭력을 위협하거나 모욕적 언사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전했지만, 여전히 많은 채무자들이 강압적 추심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는 가족이나 지인에게까지 반복적인 연락이 가는 ‘연락폭탄’에 노출되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의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는 무역흑자와 높은 기업저축률을 보유하면서도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90%를 넘어 중국보다 더 높다. 자본이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치우치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한국 역시 부채의 무게에 짓눌리는 경제로 전환될 위험을 안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