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행복감 높지만 의료복지는 불만
농촌경제연구원 농어촌 정주만족도 조사 … 보건·복지 만족도 도시민과 큰 격차
농어촌 주민은 도시민과 비교해 거주 중인 지역에 대한 만족과 애착이 크지만 생활 여건은 더 열악한 것으로 평가된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4년 농어촌 삶의 질 실태와 주민의 정주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거주 중인 지역에 대해 농어촌 주민이 평가한 행복감과 생활만족도는 도시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았고 지역 소속감, 주민 교류도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적절히 영위하기 위해 요구되는 ‘제4차 삶의 질 기본계획’의 4대 부문(보건·복지, 교육·문화, 정주기반, 경제·일자리)별 만족도는 지난 10년간 도시에 비해 대체로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역에서의 삶에 대한 ‘행복감’과 ‘거주 지역 생활만족도’ 점수는 농어촌 주민이 각각 6.6점으로 도시민(각각 6.0점, 6.3점)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농어촌 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주된 이유는 ‘직장이나 일자리’(34.0%), ‘자녀 교육’(13.7%), ‘의료서비스/건강’(12.7%) 순으로 나타났다. 또 ‘교통’(7.8%), ‘체육활동, 문화·여가 서비스 이용’(7.6%), ‘기초생활서비스’(5.8%)와 같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항목들을 꼽은 응답 비율도 도시민보다 각각 더 높았다. 직장이나 일자리를 제외하고도 생활상의 불편함으로 인해 이주를 희망하는 농어촌 주민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와 비교해 도시민이 이주를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문제’(28.3%)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도시 지역은 상대적으로 높은 주택 가격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직장이나 일자리’(26.6%)는 도시민의 이주 희망 중 두번째로 조사됐다.
지난 10년간 농어촌 주민과 도시민의 만족도 격차가 가장 좁혀지지 않는 영역은 보건복지 부문이다. ‘보건·복지’ 부문에 대한 농어촌 주민의 만족도 점수는 5.4점(도시민 6.8점)으로 10년 전의 5.9점(도시민 6.9점)과 비교해 감소했다. 특히 2017년에 6점까지 상승한 후 감소하기 시작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2021년 반짝 상승에도 회복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도농 간 격차는 2015년 1.0점에서 2024년 1.4점으로 확대됐다. 이는 다른 부문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도시와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비교해 ‘교육·문화’ 부문 만족도는 코로나19 유행 시기 최하점인 4.8점을 기록한 후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만족도 점수는 보건·복지 부문과 동일한 5.4점(도시민 6.3점)으로 지난 10년 동안 줄곧 6점대를 유지하고 있는 도시민의 만족도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정주기반’은 삶의 질 4대 부문 가운데 농어촌 주민의 만족도 수준이 가장 높은 분야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 상승세도 가장 뚜렷하고(5.9점 → 6.6점) 같은 기간 도시민과 격차도 감소했다. 이는 도시가스와 상·하수도 보급 등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반시설 개선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일자리’는 농어촌 주민과 도시민 모두 점수가 가장 낮은 영역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도시민이 농어촌 주민보다 더 큰 만족감을 보였지만 등락을 거듭하며 2023년 한차례 역전되기도 했다. 경제일자리 분야 농어촌 주민의 만족도는 4.8점으로 보통 수준(5점)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정주기반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70대 이상 고령 농림어업인의 만족 수준이 가장 저조한 것은 이들 집단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생활 여건에 노출된 것”이라며 “아울러 직업과 관계없이 모든 직업군에서 정주기반 부문에 대한 청년층의 만족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청년층 농어촌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해당 영역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