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조선산업’ 내세워 미국과 관세협상

2025-07-10 13:00:16 게재

일본-미국 공동기금 제안도

국립조선소 건설에 70억달러

일본이 미국과 관세협상에서 조선산업을 협상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 해운조선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매출 기준 일본 최대 조선소인 이마바리조선소가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지분을 60%로 늘려 인수한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를 통해 중국국영조선기업(CSCC)과 한국의 HD현대중공업 등 아시아 경쟁업체와 대적할 수 있는 세계 4위의 조선소가 탄생했다며 일본이 야심찬(ambitious) 움직임을 통해 조선 산업을 통합하고 70억달러 규모의 국가 기금을 투입해 활성화할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일본 자민당 산하 특별위원회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조선산업 시설을 현대화하고 정부가 민간 그룹에 임대할 수 있는 ‘국립 조선소’를 건설하기 위한 1조엔(70억달러) 규모의 공공-민간 기금을 제안한 바 있다.

클락슨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70%를 수주했고, 일본보다 4배 많은 선박을 인도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미국 관리들이 일본의 조선 역량 강화를 베이징에 대한 중요한 견제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조선업 활성화를 위한 공동 기금 설립을 제안했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해운전문기관지 알파라이너도 올해 26회차 주간 뉴스레터(6월 25일~7월 1일)에서 일본 이마바리조선이 재팬마린유나이티드 지분을 30%에서 60%로 늘려 완전 자회사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일본 정부가 중국과 한국에 빼앗긴 조선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또 미국의 지원 가능성이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고 주목했다.

일본은 미국의 조선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본-미국 공동기금 설립을 제안한 상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협상 중에 공동기금 설립을 제안하고, 이 기금이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 최대 조선소인 중국과 관련된 경제·안보 위험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제안한 ‘일본-미국 조선 황금기 계획’에는 공동기금 외에도 미국 내 선박 수리부두의 관리 지원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암모니아연료선박과 쇄빙선의 공동 개발도 포함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일본의 조선 기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미국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력한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월 일·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협력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조선업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협력관계에 잠재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미국에서의 인건비가 높다는 점 등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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