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반환보증’ 10년 만에 1천배
집값 상승기에도 HUG 대위변제 급증
경실련 “고의적 전세사기 악용” 지적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떼였을 때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반환보증’ 가입액이 10년 만에 1000배 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기에도 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가 오히려 늘고 이를 대신 갚아준 정부가 돌려받지 못한 돈이 7조원을 넘어서면서 이 제도가 전세사기범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3년 765억원 → 2023년 71조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0일 오전 서울 종로 경실련 강당에서 ‘보증금 반환보증 제도 실태분석 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반환보증 가입실적은 2013년 765억원에서 2023년 71조3000억원, 2024년 67조3000억원으로 1000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5년까지 1조원에 미치지 못하던 가입액은 정부가 2015년까지 미분양으로 한정하던 가입대상을 모든 민간임대 주택으로 확대하자 이듬해 5조20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점인 2017년 2월 모든 주택의 담보인정비율이 100%로 상향되자 가입액이 연 8조3000억원 수준으로 폭증했다.
이 과정에서 원래 있던 임대인용 반환보증 상품은 614억원에서 3억원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반면 임차인용 상품은 150억원에서 67조원으로 4484배 증가했다.
◆대위변제 9조8천억 중 7조 ‘미회수’ = 그러자 집값이 오르는데도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미반환 사고’가 증가했다.
KB전국평균집값이 2013년 2억5000만원에서 2024년 4억6000만원으로 81% 오르는 동안 HUG의 반환보증 대위변제(대신 갚아줌) 건수는 0건에서 1만8553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평균집값이 3억2000만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폭등하던 2017~2021년에도 대위변제가 오히려 23건에서 2476건으로 증가했다.
총 대위변제액은 9조8000억원, 그 중 HUG가 돌려받지 못한 미회수액은 7조2000억원에 달했다.
경실련은 “집값 폭등기에 대위변제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2017년 ‘담보인정비율 100% 적용’ 정책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반환보증 확대가 고의적인 전세사기에 악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전세사기꾼이 감정평가사·분양업자·공인중개사 등과 공모해 집값을 부풀리고, 반환보증에 안심하는 임차인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수법을 언급하고 “2021년 이후에는 집값 하락으로 역전세까지 일어나자 대위변제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택유형별 대위변제액 규모는 △다세대 4조7000억원 △아파트 2조8000억원 △오피스텔 1조9000억원 △연립 2000억원 △다가구 601억원 등 순이었다. 대위변제 발생 빈도는 △다세대 10% △연립 6% △오피스텔 5% 등 순이었다.
특히 다세대는 미회수액이 3조9000억원으로 미회수율이 82%에 달했다.
경실련은 “전세제도의 위험이 최대한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공공이 흡수·차단해 관리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임대인의 반환보증 의무가입 및 담보인정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적용 △예외 없는 전월세 신고제 시행 △전세대출 DSR(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 적용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전면 재검토 △장기공공주택 공급 △공공 우선 매수권을 활용한 미반환 주택 저가 매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