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아파트 화재’ 70대 남성 금고 5년 확정
담뱃불 방치로 3명 사망·26명 상해
1·2심 금고 5년 … 대법, 상고 기각
2023년 성탄절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화재로 29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금고 5년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중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70 남성 김 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금고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2023년 성탄절 새벽 5시쯤 서울 도봉구 방학동 23층 높이 아파트에서 화재를 일으켜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아파트 3층 자신의 집 ‘컴퓨터방’에서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시청하며 담배를 피우다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은 채 재떨이에 뒀는데, 불씨가 주변에 있던 가연물에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김씨는 연기가 나자 환기를 위해 현관문과 컴퓨터방의 문을 차례로 열었고, 열린 현관문을 통해 다량의 공기가 유입돼 급속히 화재가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불길이 커지는 상황에서 김씨는 아무런 조치 없이 거실 창문을 통해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화재로 4층에 살던 30대 남성이 생후 7개월 딸을 안고 뛰어내려 목숨을 잃었고, 최초 신고자인 30대 남성이 가족을 먼저 대피시킨 뒤 빠져나오려다 변을 당하는 등 같은 아파트 주민 3명이 숨지고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김씨측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완전히 껐다며 담뱃불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김씨에게 금고 5년을 선고했다. 이는 중과실치사상(중대한 부주의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죄)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컴퓨터방에서 담배를 피운 후 담뱃불을 완전히 끄지 않아 남은 불씨가 훈소 과정(불꽃 없이 연기만 내며 서서히 타는 현상)을 거쳐 재떨이의 다른 담배꽁초와 주변 가연물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화재 확인 후에도 소방서 신고나 화재 확산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현관문을 열어 연기가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확산되도록 했다”며 중대한 과실을 인정했다.
2심은 김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금고 5년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측이 제기한 화재 원인과 관련한 주장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담배꽁초를 책상 위 재떨이에 버리든 주변 비닐봉투에 버리든 담뱃불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았다면 훈소 과정을 거쳐 인접 가연물로 착화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등기구 배선의 단락흔은 책상 주변 공간에서 천장과 벽체 상단으로 열기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절연피복이 소실되어 형성된 것”이라며 발화 원인에서 배제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 불특정, 증거능력, 중실화죄 및 중과실치사죄, 중과실치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