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날씨의 문장들

어떤 문학은 날씨에서 시작된다

2025-07-10 13:00:35 게재

문학 속 날씨를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 출간됐다. KBS 기상전문기자로 활동해 온 신방실 기자가 펴낸 ‘날씨의 문장들’은 익숙하게 읽어온 문학 작품들을 ‘날씨’로 다시 들여다본다.

신방실 도서출판 이음/ 1만8000원

‘무진기행’의 안개, ‘이방인’의 태양, 윤동주의 사계절까지 이 책은 문학 속 날씨 장면들을 되짚으며 날씨와 문학, 그리고 삶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그려낸다. 저자가 겪은 삶의 굴곡과 기상기자로서의 경험도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삶의 우기를 어떻게 견디고 지나왔는지, 안개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방향을 잃지 않았는지를 풀어내는 대목에서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기상전문가다운 과학적 통찰도 눈에 띈다. ‘무진기행’의 안개에 대해 “밤새 뿜어 놓은 입김 같다”는 표현에 과학적 설명을 덧붙인다. 안개 소나기 장마 회오리바람 혹한 등 문학에 등장하는 다양한 날씨 현상은 곧 삶의 은유가 된다.

저자는 기후 위기 최전선에서 활동해 온 기자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변화하는 기후가 문학과 감성에 미칠 영향을 경고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우리를 꿈꾸게 만든 사계절과 이별한다면 비발디나 윤동주 같은 감성은 더 이상 나오지 못할지 모른다”는 저자의 말은 단순한 우려가 아닌, 독자들에게 보내는 당부다. 날씨를 지켜야 삶과 문학을 지킬 수 있다.

송현경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