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재, 7·8월이 가장 많다
서울소방본부 사고 분석
멀티탭 ‘문어발 사용’ 주의
전기 화재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각종 냉방기 사용이 많은 7·8월에 화재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10일 최근 5년간 발생한 화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 7~8월에 전기적 요인에 따른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7월 924건, 8월 919건이 발생해 전체 총 7036건 가운데 26.2%(1843건)가 이 기간에 집중됐다.
시는 지난 5년간 전체 화재 건수(총 2만7760건) 가운데 7~8월에 일어난 화재는 16.2%(4479건) 수준으로 겨울에 비해 적지만 ‘전기적 요인’에서 비롯된 화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냉방기기 등에 대한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냉방기기 화재 중 전기적 요인은 총 191건으로 △접촉 불량에 의한 단락 72건(37.7%) △미확인 단락 41건(21.5%) △전선 등 절연 성능 저하 40건(20.9%) 순으로 많았다.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총 1만586건)도 여름철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7월이 1002건으로 가장 많았고 8월도 겨울철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각 가정에서 사용 중인 콘센트와 전선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소방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권혁민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최근 지역에서 일어난 가정 화재의 원인이 냉방기기와 연결된 낡은 멀티탭에 의한 사고로 추정된다”며 “냉방기기 멀티탭 점검,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자제, 에어컨 실외기 주변에 불에 탈 수 있는 물건을 제거하는 등 여름철 냉방기기 및 전기 사용 안전 수칙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멀티탭을 사용할 때 소비전력이나 교체 주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여러 전자기기를 동시에 연결할 경우 과열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전류가 과도하게 흘러 최대 허용 전력량을 초과하면 전선이 과열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어린 자매들이 잇따라 숨진 화재사고의 공통 원인은 ‘멀티탭’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멀티탭 피복이 벗겨진 단락이 발견되는 등 관련 흔적이 나타났다. 해당 멀티탭에는 에어컨뿐 아니라 실외기도 함께 꽂혀 있었다.
소방당국은 에어컨 등 고전력 제품은 문어발식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줄이 꼬인 상태나 헐겁게 연결하는 등 불안전한 사용도 화재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