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 충격 말레이시아 전격 금리인하

2025-07-11 13:00:01 게재

5년 만에 0.25%p 내려

“경제 성장세 둔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통보한지 하루 뒤인 9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가 5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수출 중심의 말레이시아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NM)은 이날 기준금리인 1일물 정책금리(OPR)를 2.75%로 0.25%포인트 낮췄다. 2020년 7월 이후 첫 금리 인하다. BNM은 2023년 5월부터 기준금리를 3.00%를 유지하다 2년여 만에 금리를 조정한 것이다.

BNM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는 완만한 인플레이션 전망 속에서 말레이시아의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개러스 레더(Gareth Leather)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물가 우려도 다소 완화되고 있어 중앙은행이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미국 시각으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14개국에 서한을 보내 내달 1일부터 25~4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 4월 예고됐던 관세보다 오1%포인트 높은 25%의 관세율을 통보받았다.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로이터 넥스트 아시아 정상회의’에서 화상으로 연설 중인 틍쿠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로이터에 따르면 텡쿠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은 이날 “미국이 무역 협상에서 말레이시아의 국익과 주권을 침해하는 요구를 했다”면서 말레이시아는 특정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텡쿠 자프룰 장관은 말레이시아의 디지털세, 전자상거래, 의료 기준, 할랄 인증, 정부 조달 등 분야의 정책과 법률이 미국의 요구 사항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의를 위한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합의가 말레이시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합의를 맺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협상팀이 미국 측과 최소 25차례 개별 협상을 했고, 보잉 항공기 최소 30대 구매, 환경·노동 보호 강화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에 맞서 보복할 계획은 없으며, “협상 타결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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