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없는 자동차가 더 안전하다”

2025-07-11 13:00:05 게재

FT 칼럼니스트 지적

버튼의 필요성 강조

순간 판단시 더 빨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준 윤(June Yoon)은 최근 기고문에서 “자동차에 다시 버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터치스크린 중심의 차량 내부 설계가 오히려 운전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속도로를 주행 중 갑자기 터널 앞에서 정체 상황을 맞이해 비상등을 켜려 했지만, 물리 버튼이 아니라 화면 속 메뉴에 숨어 있어 당황하는 상황”을 예로 들며, 터치스크린의 직관성 한계를 설명했다. 특히 “화면이 멈췄을 때는 대처 방법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자동차 업계는 스마트폰과 테슬라의 최소주의(minimalism) 디자인에 영향을 받아 버튼 없는 미래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비상등, 와이퍼, 열선 등 기본적인 기능까지 모두 터치스크린으로 옮겨지면서 “한순간의 판단이 중요한 순간, 인간의 한계와 충돌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버튼을 없앤 배경에는 단순한 디자인 미학뿐 아니라 제조 비용 절감과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 수익 창출이라는 전략적 이유도 있다. 하드웨어를 판매한 뒤 소프트웨어로 수익을 올리는 스마트폰 산업 모델을 자동차 산업이 모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에 반전이 일고 있다. 중국의 샤오미, BYD, 덴자(Denza) 등 전기차 브랜드들은 다시 물리 버튼을 차량에 도입하고 있으며, 일본의 스바루도 터치스크린 중심 레이아웃을 철회하고 2026년형 아웃백 모델에 물리 조작계를 다시 적용했다.

유럽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유럽 신차안전평가프로그램(Euro NCAP)은 2026년부터 비상등과 방향지시등 등의 필수 기능은 물리적 버튼을 통해 작동할 수 있어야 최고 안전 등급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스웨덴 도로안전 매체의 실험 결과, 2005년형 볼보의 물리 버튼 조작은 평균 10초가 걸린 반면, 최신 터치스크린 차량에서는 동일 기능 수행에 최대 44.6초가 소요됐다. 영국 교통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차량 내 터치스크린 사용은 음주보다 운전자의 반응 시간을 더 저하시킬 수 있다”고 한다.

버튼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차량 1대당 약 100달러의 비용 상승을 초래하지만, 이는 중형차 평균 소매가의 1% 미만이며, 소비자 신뢰 하락이나 보험료 상승, 유럽 내 기업 고객 감소 등으로 인한 손해보다 작다고 분석했다.

윤 칼럼니스트는 “기술 발전의 역사에는 ‘되돌림’도 필요하다”며, “사용자의 ‘근육 기억’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은 실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기나 의료기기, 군 장비 등에서도 여전히 물리 스위치가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때로는 진보란 돌아가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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