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150kg 넘는 대형 참치 떼…우리 바다가 달라졌다

2025-07-11 13:00:12 게재

참다랑어 배 위에서 전처리 끝내고 고소득 올리는 어부 등장

기후변화 적응 여부 따라 명암 … 어구·어법 등 변화 절실

우리 바다가 바뀌었다.

제주도 인근에서 잡히던 방어가 동해로 북상하더니 지금은 경북을 지나 강원도 앞바다에서도 잡힌다. 고등어도 강원도까지 북상했고 큰 참치도 떼를 지어 정치망 그물에 걸리고 있다.

반면 울릉도 등 동해 바다에서 잡히던 오징어는 어획량이 급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징어 어획량은 2018년 1만5903톤, 2019년 1만3858톤에서 2023년 2710톤, 지난해 2906톤으로 줄었다.

바뀐 바다는 어업인들의 삶도 바꾼다. 정치망에 걸린 참치를 제대로 처리해 고가에 팔아 소득을 올리는 어업인들이 있는가 하면 사라진 오징어로 폐업을 고민하는 어민들도 늘었다. 동해안에 올라오는 방어를 기르며 제2의 인생을 사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 어업인도 있다.

◆전처리 못하면 사료로, 제때 처리하면 kg당 3만원 고가로 판매 = 강원도 고성에서 정치망 어업을 하는 이종범 북양영어조합법인 이사는 최근 분주하다. 물고기가 지나가는 곳에 그물을 고정시켜 놓고 잡는 정치망 그물에 이전에는 잡히지 않던 참다랑어(참치)가 새롭게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10일 “50~100kg 크기의 참다랑어가 3년 전에는 1년에 1~2마리, 2년 전에는 5마리 정도 정치망 그물에 걸렸는데 지난해에는 10~15마리가, 올해는 지금까지 80마리 정도 잡혔다”고 말했다.

이 이사가 그물을 치는 곳은 연안에서 1~2㎞ 떨어진 곳으로 수심 40~50m 해역이다. 이 이사에 따르면 이곳에서 참다랑어는 5월말~7월 중순까지 잡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늦은 때까지 더 많이 잡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온이 더 올랐고, 최근 계속 참다랑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150kg 크기의 큰 참다랑어를 잡고 있다.

그가 잡은 참다랑어는 kg당 1만원~3만원 정도 가격에 팔린다. 평균 2만원 이상이다. 지난 8일 경북 영덕에서 1300여마리가 잡힌 참다랑어가 가축 사료용으로 처리된 것과 다르다.

이 이사는 “정치망 그물에 걸린 참다랑어를 상품성있게 처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다랑어 소비처와 가격도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물에 걸린 150kg 크기 참다랑어를 배 위에 올린 뒤 빠르게 피를 뽑고(방혈) 내장을 제거해 얼음을 재우는 작업을 진행한다. 태평양 참치잡이 전문 선박에서는 방혈과 내장제거 후 급랭해서 육지로 운송하지만 이곳에서는 얼음을 재워 경매를 통해 유통상인에 넘긴다.

동해안 정치망 그물에 잡힌 대형 참다랑어를 전처리한 후 얼음을 넣은 어창에 넣어 육지로 옮긴다. 사진 이종범 북양영어조합법인 이사 제공

그는 “다랑어는 잡자마자 방혈하고 내장을 제거한 후 얼음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내부에서 열이 오르면서 살이 전부 익어버려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물에 잡힌 참다랑어를 제때, 제대로 전처리를 하는 일은 처음엔 서툴고 어려웠지만 최근 3개월 계속하며 이젠 제법 숙달됐다. 해양수산부도 도왔다. 하루에 30마리 정도는 상품성 있게 처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유튜브 등을 보며 일본에서 하는 것을 보고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치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며 “이제 입소문이 나니까 찾아주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어장을 적극 활용하는 귀어인도 있다.

경북 구룡포수협에 따르면 프로야구 선수 출신 양준혁씨는 방어를 양식하고 있다. 구룡포수협 조합원이기도 한 양씨는 어린 방어를 잡아 성어로 키워 판매한다. 제주 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던 방어가 수온 상승에 따라 경북지역으로 올라오면서 방어 양식도 가능해졌다.

해수부는 어업인들이 어장 변화에 적응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작업 방식을 교육하고 허가제도도 바꾸는 것을 포함한다.

해수부는 또 어획량 한도도 조정하고 있다. 참다랑어 어획량 증가에 대비해 지난해 12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제21차 연례회의에서 어획한도를 748톤에서 63% 증가한 1219톤으로 확대한 바 있다.

최근 동해안 어민들을 중심으로 참다랑어 쿼터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에 맞춰 8일엔 경북(150톤)을 비롯한 주요 참다랑어 어획지역을 대상으로 280톤의 어획 한도를 추가 배정했다.

◆기후변화 적응이 수산업 생존 결정 = 수산업에서 기후변화 적응은 생존 문제가 됐다.

통계청과 경북도 등에 따르면 동해안에서 참다랑어 어획량은 2018년 2톤, 2019년 5톤에서 2023년 173톤, 2024년 168톤으로 늘었다.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주로 잡히던 방어류도 2018년 4032톤, 2019년 3767톤에서 2023년 5796톤, 2024년 4875톤으로 증가세다.

정어리는 2018년 305톤, 2019년 866톤에서 2023년 3011톤, 2024년 2548톤으로 늘었고 붉은대게는 2018년 1만277톤, 2019년 1만572톤에서 2023년 2만2801톤, 2024년 2만1220톤으로 증가했다.

반면 오징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 동해안 오징어 잡이 어선들은 감척 신청이 줄을 이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9월 발행한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서 “극단적인 기후현상들은 해양의 환경과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시 수산분야는 이러한 변화에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제주지역 어업인 114명(어선어업 61명, 양식어업 53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설문·탐문 조사를 한 결과 제주지역 어선어업인들 중 응답자의 87.2%는 기후변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했다.

이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생산량 감소(62.2%) △상품성 하락(18.9%) △기존 어종 어획불가(12.6%) 등을 꼽았다. 응답자의 41.4%는 기후변화는 어선 선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했다.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해양환경개선 및 관리(25.3%) △어구 및 어법개선(19.8%) △업종전환 및 폐업(18.3%) △조업시기 및 조업구역 변경(13.5%) △재해보험 가입(8.7%) △목표어종 전환(5.6%) △재해 대비 어선 시설 개선(3.2%) △기상 및 어황 정보 활용(3.2%) 등을 제안했다.

양식어업인들도 응답자의 88.4%가 기후변화 영향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이들은 재해에 대비해 어선과 양식시설을 개선하고(13.6%), 기후변화에 대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8.5%)고 응답했다. 해양환경 개선과 관리(6.8%), 업종 전환 및 폐업(3.4%), 양식 시기와 구역 변경(1.7%) 등도 고민했다.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연구본부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 정부, 수산정책 어떻게 풀어야 하나’ 토론회에서 연근해 어업과 양식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MI에 따르면 연근해 수온 상승으로 인한 어장 변화가 뚜렷하다. 2023년 표층수온은 18.1℃로 2000년 대비 1.1℃ 올랐다. 표층수온은 1968년 16.1℃였다.

수온변화에 따라 어장도 바뀌었다. 명태와 도루묵은 동해에서 러시아로, 방어는 제주에서 동해로, 멸치와 오징어은 남해에서 동해 서해 남해로 이동했다. 참다랑어같은 아열대 어종도 우리 바다에 등장했고, 이전에 잡히던 어종은 어획량이 줄었다.

마 본부장은 “수온변화에 따른 어장 변화로 어업경영 불안정화 등 연근해 어업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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