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5년 만에 또 ‘말뿐인 사과’… 인적 쇄신 여전히 ‘감감’

2025-07-11 13:00:30 게재

5년 전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과했지만 문책 못해

이름표만 바꿔단 친윤, 윤석열정권 ‘폭주’에 ‘부역’

이번에도 사과만 …‘면책’ 친윤, 기득권 유지 예고

5년 전인 2020년 8월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해 “광주시민 앞에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두 전직 대통령(박근혜·이명박)이 영어의 몸이 돼 있다”며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같은 해 9월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당헌 개정을 통해 “편법과 부정부패에 단호히 대처하여 공동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발언하는 송언석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국민의힘은 무릎까지 꿇으며 반성을 외쳤지만, 인적 쇄신은 하지 않았다. 입으로는 “잘못했다”면서도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지른’ 친박(박근혜)과 친이(이명박)에 대한 문책은 건너뛰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듬해인 2021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모셔왔고, 다수 의원들은 친박·친이에서 친윤(윤석열)으로 이름표만 바꿔달고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이후 3년간 윤석열정권은 폭주했고 친윤은 폭주를 돕는 부역에 정신이 팔렸다. 친윤 의원 40여명은 지난 1월 윤석열의 체포를 막겠다며 한남동 관저 앞을 지키기도 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탄핵됐고 구속 신세를 면치 못했다.

10일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국민·당원께 드리는 사죄문’을 공개했다. 사죄문에는 “당 소속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고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것에 책임을 깊이 통감하며, 대통령 탄핵에 직면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 “당의 주인이 당원임을 망각하고 특정 계파, 특정인 중심으로 당을 운영한 것을 반성하고 사죄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혁신위원장은 사죄문을 전 당원 투표를 거쳐 당헌·당규 앞에 수록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윤 혁신위원장이 공개한 사죄문에는 반성·사과는 있지만, 역시나 5년 전처럼 문책은 보이지 않는다. 친윤이 윤석열정권 폭주에 부역하고, 탄핵에 반대한 점을 반성하고 사과한다면서 친윤에 대한 문책 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호준석 혁신위 대변인은 10일 “전날 윤 위원장이 인적 쇄신이 논의 대상이라고 언급했다”며 향후 인적 쇄신 방안이 나올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당내에서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비윤 재선 의원은 “핵심은 사과가 아니라, 실질적인 문책인데 (윤 위원장이) 또 말뿐인 사과를 쏟아냈다. 아무리 사과하면 뭐하냐. 사람이 안 바뀌면 결국에는 그대로다. 친박과 친이가 친윤으로 이름표만 바꿔달고 이 난리통을 만들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출마 뜻을 밝힌 안철수·조경태 의원도 진작 인적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쌍권(권영세·권성동)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고, 조 의원은 지난 1월 한남동 관저로 몰려간 친윤 의원 40여명을 인적 쇄신 후보군에 올렸다.

인적 쇄신론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권성동 의원은 10일 SNS에서 “(안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의 불출마 가능성을 틈타 동료 의원들을 희생양 삼아 본인의 당 대표 당선을 노린 것”이라며 안 의원의 ‘쌍권 문책론’을 반박했다. 나경원 의원은 SNS에서 “고칠 것은 고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책임질 사람도 분명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그 절차는 민주적이어야 하고, 정당의 뿌리는 흔드는 내분은 경계해야 한다”며 인적 쇄신론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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