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그들의 갑질’

“국회의원 절대 권력, 보좌진 사적 용무 동원”

2025-07-11 13:00:28 게재

“따돌림, 성폭력 등 직장 내 부조리도 심각” 목소리

2018년·2023년 전수조사 후 제도 개선 무용지물

한국정치학회 국회 연구용역보고서 보좌진 인터뷰

“업무여건 열악해 우수 인재 이탈, 결국 국민 부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국회의원의 갑질’이 다시 부상했다. 국회는 2018년과 2023년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와 인권 실태조사를 펼쳐 국회 안에 곪아 있는 갑질 문화를 확인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엔 나서지 못했다. 국회사무처에서 인권센터를 만들었으나 국회의원이 가해자일 경우엔 조사권이 없어 사실상 ‘반쪽 센터’에 그치고 있다.

11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한국정치학회는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국회의원 보좌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 용역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현직 보좌진들과 서면 및 대면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윤 모 보좌진은 “의원이 어떠한 이유로든 특정 보좌 인력의 교체를 결정하면, 해당 인원은 곧바로 해고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보좌진이 의원실의 부차적 업무들을 넘어 의원의 사적 용무에까지 동원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연가, 출산휴가 등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리들조차 의원실별로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잦다”고 했다.

이 모 보좌진은 “채용과 해고 절차에 대한 기준을 조금 더 명확히 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현재는 국회의원이 모든 것을 결정하다보니 입법 역량과 상관없이 감정적 이유들로 해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 모 전 보좌진은 “보좌진의 인사와 신분 변동 등과 관련해 국회의원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다보니 따돌림, 성폭력 등 직장 내 부조리가 발생해도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으며, 그러다 보니 이러한 문제들이 더 심화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측면도 있다”며 “국회 의원회관에 특화된 연구를 수행하고, 보좌진의 처우나 복지 현황 즉, 연차사용, 육아휴직 등과 관련된 사항도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는 SNS 홍보 등 업무량이 급증하면서 근무여건이 더욱 열악해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송 모 전 보좌진은 “SNS 및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국회와 시민들 간 직간접적 소통이 중요해지고 이로 인해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역할들이 많아짐에 따라 보좌 인력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반국회 정서 등으로 인해) 인력규모를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며 “근무시간에 따른 수당 지급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연차나 휴가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기도 어려워지는 문제까지 추가적으로 발생한다”고 했다. 제 모 전 보좌진은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이 최악일 수밖에 없는 직업의 하나”라고 했다.

국회의원의 갑질과 너무 넓고 많은 업무범위 등은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어내면서 우수 인재의 진입을 차단하고 유출을 확산시킬 우려도 낳고 있다. 결국 입법부 자체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 전 보좌진과 윤 보좌진은 “근무환경과 처우상의 악조건들로 인해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국회 보좌진직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으며, 차츰 그 이탈률 또한 더 높아질 위험이 있다”며 “행정부 공무원의 평균 수준에 준하는 근무환경 조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한국정치학회는 보고서를 통해 “국회의원실의 병폐를 잡지 않으면 입법부 자체의 질적 저하를 막을 수 없다”며 “MZ세대 인재들의 경우 직장선택에 있어 워라밸과 복리후생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건이 현저히 취약한 곳에서는 이탈률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인력과 지원의 부족으로 국회에 대한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때 발생하는 예산 낭비나 각종 병폐 및 부조리가 온전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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