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 걸러낸다
‘어공’ 행정관 채용하며 출마 여부 사전 체크
내년 상반기 줄줄이 사직시 업무연속성 걸림돌
고위 참모진 출마 거론 속 실무진 공백 겹칠라 우려
대통령실이 ‘어공(정무직 공무원)’ 채용 시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를 되도록 걸러내는 방침을 적용중이다.
1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이재명정부 대통령실에서 근무할 행정관 등 ‘어공’ 채용시 내년 지방선거 출마 희망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있다. 2026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사람들이 대통령실 실무 직원으로 대거 입성할 경우 내년 초중반부터 사직하는 직원들이 생기는 등 대통령실 업무에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근무 경력이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경력에 한줄 보태는 정도로만 활용된다면 ‘일하는 대통령’을 표방한 이 대통령 뜻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정부에선 여권 외연확대를 위해 대통령실 출신들의 지방선거 출마를 독려했던 것과도 차별화된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대통령실 행정관에 지원했던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A씨는 “(대통령실에서)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확인하더라”면서 “내년 상반기쯤 행정관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동시에 빠져나가면 대통령실 업무 연속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고위직들 상당수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고위급 참모들이 불가피하게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빠져나갈 경우 실무를 책임지는 행정관급 직원들까지 대거 빠져나가면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실 고위 참모 중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충남지사, 우상호 정무수석은 강원지사 후보로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거론된다. 비서관급에서도 이선호 지방발전비서관이 지역정가에서 울산시장 하마평에 올랐다. 초대 내각에선 해수부 장관으로 지명된 전재수 후보자의 부산시장 출마론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TK 지역 역할론이 나온다.
기존에 대통령실에 파견 나와 있던 ‘늘공(직업 공무원)’들에게 복귀 여부를 물은 것도 업무 연속성과 일하는 대통령실 만들기와 맥락이 통한다. 부처에서 파견돼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던 직업 공무원에겐 대통령실에 남을지, 부처로 돌아갈지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부 때 파견된 공무원들을 부처로 돌려보내고 새 인물을 파견받던 관행을 깬 것은 업무 연속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밝힌 ‘해바라기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공직사회, 특히 직업 공무원들은 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도록 법에 의무화되어 있다”며 “그걸 해바라기라고 비난하면 안 된다. 내용을 채우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인사권자, 최종 책임자,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대통령실 방침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애초에 출마를 희망하지 않았더라도 막상 지방선거가 다가온 시점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출마를 결심하는 어공들이 다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선 당시 선거를 도왔지만 대통령실 초반 입성에 실패한 인사들은 지방선거 시기와 맞물려 대통령실 행정관급 직원 교체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두번째 기회’를 노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형선·성홍식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