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상법 개정 논의 시작…국내 증시 상승세 지속

2025-07-11 13:00:18 게재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통과 가능성 높아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 … 배당 세제 개편 기대감↑

해외 투자은행·언론, K 증시 긍정적 평가…자금 유입 증가

이달 3일 국회에서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이 통과된 후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에 강력한 수단인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도 이달 중 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도 발의되고 배당 세제 개편 등 후속 조치도 논의 중이다. 현 정부의 강한 정부 정책 의지와 추진력을 엿볼 수 있다.

더 세진 상법 개정이 논의되면서 국내 증시(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3000조원을 돌파했다. 해외 투자은행 등 기관투자자들과 언론들은 이번 상법 개정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적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도 확대되는 추세다.

코스피가 장중 3,200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코스피 3200선 돌파 … 시총 3020조원 돌파 =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5거래일 연속 올라 장중 32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오전 9시 3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17.74포인트(0.56%) 오른 3200.97로 전일 기록한 연고점을 또 경신했다. 지수가 장중 3200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 9월 7일(3201.76)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5.65포인트(0.71%) 오른 803.35로 지난달 25일(803.93) 이후 12거래일 만에 800선을 회복했다.

전일 코스피는 3183.23에 장을 마감하며 4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49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시장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한국 증시는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서는 기록도 세웠다. 코스피 시총이 2603조7392억원, 코스닥은 413조8598억원, 코넥스는 3조1704억원으로 총 시총은 총 3020조769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지수 추정 방법을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자기자본비용(COE)을 비교한 잔여이익모형에서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하는 상대가치평가모형으로 전환하며 올해 하반기 코스피 예상 범위를 기존 2600~3150에서 2900~3550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높아진 투자심리를 감안하면 보수적인 기존 모형보다 적정 PER 배수에 따른 지수 추정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EPS와 PER을 적용하고 정부가 제시하는 배당성향 35%를 이용하면 코스피 적정 PER은 11.6배”라며 “심리 개선과 정책 효과를 반영하면 지수는 해당 레벨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빠르게 추진되는 상법 개정 =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7월 중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의결권 집중을 허용해 이사회 진입 기회를 확대하는 제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현재 1명인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명 이상으로 늘리고 선출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7월 초 여야 합의에 따라 공청회 후 별도 입법과제로 논의가 이어져 왔으며, 여당은 7월 임시국회 내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11일 민주당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하고 법안의 완결성을 보완할 예정이다.

자기주식 소각 관련 법안 또한 다음 달 중 여당 내 의견 수렴을 마친 후 법안을 확정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은 9일 자사주를 취득하면 1년 이내에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을 1년 이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임직원 보상(스톡옵션)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되, 반드시 직후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은 발행주식 총수의 3%로 제한된다.

김남근 의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에서 “실제 자사주 비율이 10%를 초과하는 상장사는 216곳이며, 40%를 넘는 기업도 4곳이나 있어 자사주가 과도하게 축적·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상장사의 자사주 활용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진행될 경우, 그간 경영권 방어나 자본조달 수단으로 복합적으로 활용되던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의 명확한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은 과세 없는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의무 소각이 현실화 된다면 한국 주식시장에 존재했던 기보유 자사주 물량 출회(오버행) 우려 또한 해소된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투자심리 개선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사주 소각 공시가 나올 때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적 전환점 = 최근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쓸어모으는 ‘큰손’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6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조760억원 순매수하며 두 달 연속 순매수를 지속했다. 지난 4월까지 9개월 연속 거의 39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채권은 5개월 연속 순투자를 이어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기관과 언론들은 새 정부 출범 후 추진 중인 상법 개정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적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롬바르 오디에(Lombard Odier)는 “상법 개정은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이며, 중기적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증시 재평가를 지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은 “상법 개정안은 주주보호 강화가 골자로 이미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다”며 “중기적으로 한국증시에 긍정적이며, 외국인 자금유입에도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는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의 신의성실 의무 개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을 제거하는 조치”라며 “향후 배당 성향에 따른 차등 과세가 도입되고 효과적으로 시행된다면 기업가치의 추가 상승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한국증시의 급등은 정치적 안정 회복과 주주 친화적 개혁 약속 덕분”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과 여당의 국회 과반 확보로 인해 과거와 달리 개혁의 이행 가능성이 높아진 점에 주목한다”고 보도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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