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 풍경

중노위 재심사건에서도 대화가 필요하다

2025-07-11 13:00:24 게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재심사건의 결론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의 결론이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노위의 결론이 바뀌는 경우와 취하, 화해로 재심사건이 종결되는 빈도수는 많지 않다. 특히 노사가 부당노동행위 같은 집단적 분쟁의 경우에는 더욱더 낮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화해율은 초심 9.0%, 재심 5.9%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지노위에서 당사자 주장과 그에 따른 사실관계가 상당부분 드러나기 때문에 중노위 재심단계에서는 당사자들이 지노위에서 충분히 주장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지노위의 판단 근거가 되는 법리 부분을 좀 더 집중해서 다투는 경향 때문에 사실 재심단계에서는 당사자 간의 대화가 소홀해지기 쉽다.

그렇지만 재심단계에서도 대화를 통해 오래 묵은 노사간의 오해나 불신이 풀리기도 한다. 중노위에서 당사자 간 대화로 화해가 성립된 사례다.

고소, 노조비품 압수에 노조위원장 해고까지

A시가 출자한 에너지 공급회사인 B사는 노동조합과 오랜 기간 갈등관계에 있었다. 그간 노사는 △B사 C대표의 D노조위원장에 대한 욕설 △노조의 기자회견을 통한 C대표 해임 촉구 △노조 사무실에서 발생한 C대표의 D노조위원장에 대한 비방 과정에서 사측 E실장의 D노조위원장과 노조간부의 컴퓨터 하드웨어 압수 △C대표의 단체협약 해지 통보 △C대표의 문제 발언들 “다른 사장이 와도 나하고 친한 사람이 올 거야. D노조위원장을 짓밟아 놓지. 내가” △노사 간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고소 △인사개입, 내부자료 유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등의 사유로 B사의 D노조위원장 해고 처분 등과 같이 다양했다. 서로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해 시간이 갈수록 노사 갈등은 심화됐다.

지노위는 C대표의 노조에 대한 반조합적 발언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봤고 노조 컴퓨터를 압수해 간 것도 문제가 있으며 D노조위원장에 대한 해고도 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B사는 지노위의 부당노동행위 판정 결과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에서 심문회의가 진행되는 중에도 노사 간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심판위원회 의장은 중노위의 공익·근로자·사용자 위원들의 심문이 끝난 뒤 판정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노사 갈등은 궁극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들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화해권고기간 연장하며 극한 갈등에서 노사상생으로

의장은 “이번 사건을 노사상생의 문화를 조성하는 기회로 삼아보라”면서 당사자 간에 스스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화해권고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B사의 노사관계는 갈등의 골이 깊어 노사간 화해를 위한 대화에도 서툴러 화해권고기간 안에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노위의 화해권고와 설득과정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노사 간에 대화가 시작되자 이전보다는 열린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은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바로 ‘NO!’라고 하지 않고 대화하며 의견을 조율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갈등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짧은 기간 내에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대화의 통로가 닫히는 것을 원치 않아 2차례에 걸쳐 화해권고기간을 연장했다.

중노위는 이번 기회를 극단적 노사관계를 발전적 노사관계로 가기 위한 계기로 삼아보자고 수시로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이견을 확인하며 조정했다. 이에 노사는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열고 대화하기 시작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워낙 감정의 골이 깊어 화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즈음, 화해권고기간 종료 2시간을 남겨놓고 노사는 극적으로 화해했다. 화해조서를 기초로 노사 갈등을 봉합하고 단체협약도 체결하면서 노사상생의 새로운 노사관계의 국면을 맞았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있어서 화해는 일반 해고사건과는 달리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 특히 B사와 같이 고소, 비방행위, 노조비품 압수, 비난 발언과 기자회견 등 서로 간의 반목으로 인한 행위들로 감정의 골을 심화시켜 놓은 사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B사의 사례처럼 극한 갈등 속에도 한번 더 대화해보라는 권유를 뿌리치지 않는다면 노사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다.

김동주

중앙노동위원회

교섭대표결정과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