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댓글팀 의혹’ 리박스쿨, 윤정부 대통령실이 지원
교육부 공무원 “교육비서관으로부터 전화” … 교육부, 관련 강사 116명 더 확인
지난 대선 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원하는 인터넷 댓글팀을 운영하며 여론조작 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이 늘봄학교 사업과 관련해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지원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이 지난해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던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글로리조합)의 늘봄학교 사업 공모와 관련해 교육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김천홍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국장)은 10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리박스쿨 청문회’에서 “늘봄학교 사업 공모 심사를 앞두고 윗선에서 연락받은 적이 있느냐”는 김영호 교육위원장의 질의에 “글로리조합을 챙겨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면서 “압력으로 느꼈다”고 답했다.
이어 김 국장은 ‘어디에서 연락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실”이라고 ‘신문규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신 전 비서관은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2024년 1월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교육비서관으로 근무했다.
◆평가 결과, 최하위 = 김 국장은 “요구를 받고 나서 평가 과정과 결과를 확인해 보니 평가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졌고 결과가 굉장히 안 좋게 나왔다”며 “평가 결과에 따라서 탈락시키겠다고 했고 그 과정에서도 압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손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글로리조합은 지난해 2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시행한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사업 공모에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당시 김 국장은 늘봄학교 사업을 총괄하던 교육복지늘봄지원국장이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글로리조합은 당시 사업비 계획 항목에서 0점을 받아 지원기관 52곳 중 최하위 수준 평가를 받았다. 조합이 공모에서 탈락하자 손 대표는 자신의 딸이 대표로 있는 한국늘봄교육연합회를 통해 서울교대와 업무 협약(MOU)을 맺는 방식으로 늘봄학교에 강사를 공급했다.
◆장관 자문관도 리박스쿨 지원 의혹 = 또한 김 국장은 손 대표의 또 다른 단체와 업무협약을 맺으라는 요구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수정 전 교육부 장관 정책자문관으로부터 손 대표 유관 단체와 MOU를 체결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김 국장은 “작년 5월에 그러한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손 대표가 국장에게 직접 전화도 했느냐’는 물음엔 “전화는 아니고 문자를 보내온 적이 있다”며 “이수정 전 자문관이 (내 전화번호를 손 대표에게) 알려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자문관은 “저는 자문관에 불과해 부서 관료들에게 지시할 권한이 없다”면서 “관료들은 제 지시를 받을 의무도 없다”고 압력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이 전 자문관은 “(의혹을 받는) 그 단체는 함께행복교육봉사단이라는 곳으로, 지금은 작고하신 천세형 교수님이 단장이었다. 그분은 내 대학 선배 교수님”이라며 “그 교수님이 교육부와 MOU를 맺고 싶다고 해서 해당 부서에 한번 검토해 보라고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며칠 뒤 해당 부서에선 MOU를 맺는 게 적절치 않다고 해 저도 동의한다고 했고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냥 의견을 전달했다고 하지만 교육부 교육정책자문관은 장관의 측근”이라며 “공직자들은 자문관의 말 한마디를 압력으로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김 국장이 리박스쿨의 늘봄학교 강사 투입 의혹과 관련, 대통령실 개입 사실을 밝힌 데 대해 “개인적으로 지금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오히려 담당 부서에서 불편부당하게 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 사태로 국민께서 심려하는 상황이 발생해 책임자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손 대표 “역사 왜곡 없어” 주장 =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손 대표는 “첫 의혹 보도가 나온 이후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난 한 달을 보냈다”며 “마녀사냥으로 인해 심신미약인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리박스쿨이 공교육에 침투해 사상교육을 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역사를 왜곡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불거진 후 손 대표가 공식 석상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예가 회복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손 대표는 “이미 어려운 일이 됐지만, 애국현장에서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전두환이 수많은 국민을 학살한 것을 애국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대통령마다 공과가 있다”며 “학살 여부는 제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또 ‘본인이 대표로 있던 한 단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위한 백골단을 조직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사실을 아느냐’는 질의에 “무슨 활동을 한지 모른다”면서도 “백골단이 뭐가 문제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른바 ‘백골단’으로 불리는 반공청년단은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과정에서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력행위를 민주화운동에 빗대 논란이 됐다.
◆1·2차 조사서 강사 159명 확인 = 한편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리박스쿨 관련 강사 현황 2차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단체와 관련된 기관에서 자격증을 발급받거나 교육을 이수한 뒤 초등 늘봄학교에서 강의한 강사 116명(241개교)이 추가로 파악됐다. 앞서 1차 조사에서는 43명(57개 학교) 확인됐다.
추가로 확인된 강사들은 모두 리박스쿨 연관 단체로 꼽히는 생명과학교육연구회에서 발급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1차 전수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과학·예술 관련 프로그램 수업만 했고, 역사 수업은 하지 않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학교에서의 교육 중립성 위반 사례가 파악되진 않았고, 추가로 파악된 241개교에 대한 현장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1차 조사 때 파악된 강사가 출강한 57개교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으나 현재까지 교육 중립성 위반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학부모 조사, 신고센터를 통해 모니터링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